터키 정부가 재정·경상수지 적자, 인플레이션 관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새 경제모델’을 꾸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발 긴축, 유가 상승, 외교 갈등 등의 악재가 겹치며 리라화 가치가 추락하자 투자자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터키 재무부는 e메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신규 경제모델을 수립했으며 다음날 베라트 알바이라크 재무장관의 명의로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부는 현재 1.9%에 달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2%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경상수지 적자 비율도 현 5.6%에서 내년까지 4% 미만으로 축소하겠다고 설명했다. 15%에 달하는 물가상승률도 짧은 시일 안에 10% 미만으로 줄이겠다고 덧붙였다.
재무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기존의 5.5%에서 크게 낮춘 3~4%로 밝히며 경제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구체적인 재정·경상수지 적자, 인플레이션 관리 방안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단기 해외 채무를 축소하는 정책이 포함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최근 터키는 신흥국 위기의 핵심 국가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왔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올리면서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간데다 원유 공급의 절반을 해외에 의지하는 탓에 유가 상승은 무역적자 우려를 증폭시켰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 정부가 억류한 미국인을 석방하라며 제재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실제로 전날 터키 정부 대표단이 워싱턴DC에서 미국 정부와 제재에 관해 논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날 리라화 가치는 전일 종가 대비 2.9% 하락한 달러당 5.4364리라를 기록했다. FT는 그동안 글로벌 투자자들이 우려했던 내용을 터키 정부가 받아들였다며 신규 경제모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