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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못다 핀 꽃] 도화지에 스민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

■이경신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짙은 어둠을 뒤로 꼿꼿이 선 소녀 앞에 희고, 붉은 목련꽃 봉오리가 처연하게 맺혔다. 아름다운 꽃이 있는데도 소녀의 눈길은 꽃 너머에 있다. 꽃다운 나이에도 꽃을 보지 못할 만큼 두 눈 가득 슬픔을 안은 소녀는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김순덕 할머니가 직접 그린, 아픔의 기록이다.

저자는 미술 대학 졸업 후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할머니들이 함께 모여 사는 나눔의 집에서 할머니들에게 미술을 가르쳤다고 한다. 미술 수업이 거듭될수록 할머니들은 결코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얀 도화지에 가장 먼저 속내를 털어놓은 사람은 이용수 할머니였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내 마음 별과 같이’ ‘무지개 붉은 입술’ 등의 작품이다. 이 할머니의 변화를 바라본 강덕경·김순덕 할머니도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상처가 흰 도화지에 옮겨가면 할머니들은 빈 가슴을 인생에서 처음으로 맛보는 뿌듯한 설렘과 흥분, 만족감으로 채워넣었다. 그렇게 할머니들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라는 역할 외에 자기 이야기를 그림으로 승화시키는 화가라는 새 역할을 끌어안았다.



이 책은 그 기록이며 첫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되새겨야 할 이야기다. 1만7,000원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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