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군이 예멘 반군 후티의 근거지를 폭격해 통학버스에 타고 있던 어린이들을 포함해 수십명이 사망했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예멘 반군이 운영하는 알마시라 방송은 이날 오전 예멘 북부 사다주의 자흐얀 지역에서 어린이들이 탄 통학버스가 사우디아라비아군에 폭격당해 최소 50명이 사망하고 77여 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와 국경을 맞댄 사다주는 예멘 반군 후티의 오랜 근거지다. 현지 언론들은 폭격을 당한 버스에 등교하던 초등학생이 주로 탔다고 전했고, 이 지역의 한 병원에만 15세 미만 어린이 29명의 시체가 병원으로 왔다고 알렸다. 현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온몸이 검게 그을린 어린이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참혹한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예멘에 파견된 국제적십자위원회는 트위터로 “자흐얀의 시장에서 어린이들이 탄 버스가 공격당했다”면서 “수십 명이 죽거나 다쳤고 이들이 후송된 병원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사상자 대부분이 10세 이하의 어린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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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비판은 커지고 있다. 유엔과 미국 정부는 예멘 통학버스 공격 사건을 규탄하고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확한 상황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보도 내용을 봤을 때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사우디가 이끄는 연합군에 정확한 진상 조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유엔 대변인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독립적이고 신속한 수사”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에 사우디는 성명을 내고 “후티 반군의 미사일 발사대를 표적으로 한 국제법에 따른 작전”이라며 “후티가 어린이들을 인간방패로 삼았다”고 후티 반군에 책임을 돌렸다. 그동안 폭격 자체를 부인하거나 일축해왔던 사우디가 국제사회의 공분이 커지자 이례적으로 성명을 낸 것이다.
한편 예멘에서는 사우디 지원을 받는 수니파 정부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족 시아파 반군의 갈등으로 2014년 내전이 발발했으며 2015년 3월 사우디가 개입하면서 국제전으로 확대됐다. 미국은 동맹인 사우디에 무기와 정보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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