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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리라화 장중 20% 폭락] 요동치는 터키·러 금융시장...신흥국 '새 뇌관'되나

아르헨 페소 이어 두번째로 낙폭커

스파이 독살모의 혐의 제재 여파

러 루블화 가치도 21개월만에 최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터키와 러시아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미국의 제재가 신흥시장의 새 불안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터키 리라화 가치는 이날 달러당 5.668리라를 기록하며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어 10일에도 리라화는 폭락세를 이어가 장중 달러당 6.7975리라에 거래됐다. 전날 마감가보다 20%나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터키에 대한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두 배로 부과하는 것을 방금 허가했다”며 “터키산 알루미늄 관세는 이제 20%가 되고 철강은 50%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주춤했던 폭락세가 더욱 낙폭을 키웠다.

리라화 가치는 올해 들어 46% 넘게 하락해 신흥국 통화 가운데 아르헨티나 페소(50.6%)에 이어 두 번째로 낙폭이 크다. 이는 미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신흥국 통화들이 자금이탈 우려 속에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데 더해 미국인 목사 구금 등과 관련한 미국과의 외교적 대립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터키가 군부 쿠데타 조직을 지원한 혐의로 지난 2016년 10월부터 가택연금 중인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을 석방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아 1일 터키 정부 핵심관계자 2명에 대한 제재에 나선 바 있다. 이날의 리라화 급락은 터키 정부가 악화한 대미관계를 풀기 위해 정부대표단을 워싱턴DC에 파견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 데 따른 것이다.



통화가치와 함께 국채시장도 흔들렸다. 이날 터키 국채 5년물 금리는 21.2%로 전날보다 0.47%포인트 치솟았다. 채권금리 상승은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터키 재무부는 고조되는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신경제 모델’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시장의 기대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ABN암로는 시장에서 터키의 금융자금 조달 능력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외환거래에 대한 자본 통제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가능성을 둘러싼 소문이 시장을 더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금융시장도 미국 제재의 여파로 요동치고 있다. 8일 미 국무부가 3월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부녀에 대한 독살시도 사건을 문제 삼아 오는 22일부터 러시아에 신규 제재를 부과할 계획임을 밝히면서 루블화 가치는 연일 추락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루블화 가치는 달러당 66.8154루블 선으로 2016년 11월 이후 2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러시아 10년물 국채금리 역시 7일 7.890%에서 9일 8.240%로 뛰어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러시아 증시에서 RTS지수는 전날보다 1.48% 하락한 1,097.33에 마감했다.

한편 터키의 금융불안이 유럽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로화 가치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 산하 단일은행감독기구(SSM)는 스페인 BBVA, 이탈리 우니크레디트, 프랑스 BNP파리바 등 터키 익스포저가 큰 일부 유럽 은행이 리라화 폭락으로 건전성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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