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샷은 ‘다음 샷’이라는 말이 있다. 한 번 친 샷은 잘 쳤든 못 쳤든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주어진 샷에 집중하라는 의미다.
오지현(22·KB금융그룹)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6억원) 마지막 날 티샷이 다소 흔들렸지만 인내하며 보기 없는 경기를 펼쳐 정상까지 내달렸다.
12일 제주 오라CC(파72·6,619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 오지현은 버디 4개로 4언더파 68타를 쳐 최종합계 15언더파 201타를 기록하며 6타 차 우승의 여유를 누렸다. 지난 6월 기아자동차 한국 여자오픈 이후 2개월 만에 거둔 시즌 2승(통산 6승)째. 아버지의 고향인 제주에서 거둔 첫 승이기도 했다. 오지현은 “아버지 고향에서 우승해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히고 “3번홀 그린 밖에서 버디를 잡으면서부터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부담이 큰 하반기를 우승으로 시작했으니 좋은 흐름을 계속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지현(26·한화큐셀), 또 다른 김지현(26·롯데) 등과 함께 우승컵을 쓸어 담아 ‘지현시대’를 열었던 오지현은 2년 연속 다승자 대열에 합류하며 기세를 이어갔다. 특히 첫 메이저대회 제패에 이어 하반기 첫 대회를 우승으로 장식한 오지현은 2018시즌을 최고의 해로 만들 발판을 마련했다. 우승상금 1억2,000만원을 보탠 그는 시즌 상금(6억6,543만원) 1위를 되찾았다. 상금 2위(6억2,631만원), 대상 포인트 선두인 ‘슈퍼 신인’ 최혜진(19·롯데)과의 타이틀 경쟁이 하반기 시작과 동시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 선두 김자영(27·SK네트웍스)에 1타 뒤진 2위로 출발한 오지현은 3번홀(파3) 초장거리 버디 퍼트로 김자영과 눈높이를 맞췄다. 그린 가장자리에서 퍼터로 친 두 번째 샷이 20m 이상을 구르더니 홀과 깃대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의외의 버디 탓인지 맞대결한 김자영이 이어진 4번홀(파5)에서 보기를 적어내면서 오지현은 단독 선두가 됐다. 드라이버 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기회를 잡지 못하던 오지현은 10번(파4)과 11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기세를 올렸다. 반면 김자영은 11번홀에서 보기를 적어내 두 선수 사이의 격차는 순식간에 4타 차로 벌어졌다.
오지현은 16번홀(파4)에서 한 번 더 행운이 깃든 버디를 추가했다. 티샷이 오른쪽 러프에 빠져 두 번째 샷이 그린에 미치지 못해 타수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20m 정도를 남기고 친 칩샷이 홀로 빨려 들어가 6타 차로 달아나면서 사실상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공동 2위(9언더파)에는 최혜진, 지난해 전관왕 이정은(22·대방건설), 조윤지(27·삼천리) 등 3명이 쟁쟁한 이름을 올렸다. 이날 1타를 줄인 최혜진은 상금 2위로 내려왔지만 대상 포인트(362점)에서는 1위(2위 오지현·349점)를 지켰고 평균타수에서도 선두를 유지했다.
전날 선두에 올라 6년 만에 스트로크 플레이 대회 우승을 노린 김자영은 보기 5개(버디 1개)를 쏟아내 공동 5위(8언더파)로 밀려났다. 지난 5월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19전20기’로 KLPGA 투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던 ‘여제’ 박인비(30·KB금융그룹)는 퍼트 부진으로 이븐파 72타에 그치면서 5년 연속 출전한 이 대회를 공동 5위로 마감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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