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3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우리 측에 경제협력을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측 회담 대표단에 남북경협 관련 고위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데다 고위급회담을 하루 앞둔 12일 대남선전매체가 남측의 대북제재 편승 탓에 판문점 선언 이행이 더디다고 비판하면서다.
북측은 남북 철도·도로 현대화 등 경제협력에 중점을 두고 고위급회담 대표단을 꾸렸다. 남북관계 전반을 담당하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박용일 조평통 부위원장과 함께 경제협력 당국자들인 김윤혁 철도성 부상,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이 명단에 들어갔다. 반면 남북 철도협력 분과회의에서 김 부상의 카운터파트였던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 등 우리 측 남북경협 당국자는 이번 고위급회담에 참석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관표 안보실 2차장이 대표단에 포함되면서 우리 측은 고위급회담의 의제 중 3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준비에 방점을 둔 모양새다.
이 때문에 북한이 가을 정상회담을 열고 싶으면 철도·도로 등 남북경협에 속도를 내라고 우리 측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도 이날 4·27 판문점 선언이 ‘응당한 결실’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그 이유는 바로 미국의 대조선(대북) 제재 책동과 그에 편승한 남측의 부당한 처사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해지구의 쥐꼬리만 한 군 통신선을 연결하는 극히 사소한 문제까지도 대양 건너의 승인을 받느라고 야단을 피우고 개성공업지구에 개설하기 위한 공동연락사무소 작업에 필요한 몇 ㎾ 용량의 발동 발전기를 들여오는 것도 제 마음대로 결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전 선언 또한 강하게 몰아붙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이날 “북남, 조미(북미)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적대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종전선언부터 채택되어야 한다”면서 “적대관계의 근원인 전쟁 상태를 종식시키고 신뢰를 조성하기 위한 종전선언의 채택 없이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3차 남북 정상회담의 일정과 장소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남북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 방북단 규모 등이 합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 대변인은 “지난번 ‘(남북 정상회담 개최지가) 평양만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원론적인 말을 (언론이) 제3의 장소로 너무 많이 해석해 부담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정상회담 시기는 이달 말에서 오는 9월 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판문점 선언은 ‘문 대통령의 가을 평양 방문’을 적시했지만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남북 정상회담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효정·민병권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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