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의혹에 휘말려 안팎에서 사퇴 압력을 받는 대한불교조계종 설정 총무원장이 사실상 즉각적인 사퇴를 거부했다. 대신 설정 총무원장은 즉각적인 퇴진 결정을 유보하고 올 연말에 사퇴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설정 스님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조계종 사부대중에게 드리는 글’을 직접 읽으며 “어떤 오해와 비난이 있더라도 종단 개혁의 초석을 마련하고 2018년 12월 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설정 스님은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고 악의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며 “(진실을) 명백히 밝혀 한 점 부끄러움을 남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이어 “종단 안정을 위해 스스로 사퇴하고자 했으나, 기득권 세력에 의해 은밀하고도 조직적으로 견제되고 조정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사퇴만이 종단을 위한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즉 자신을 향한 각종 의혹 제기와 불교계 분열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대로 물러나지 않고,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4개월 남짓 총무원장직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설정 스님은 사퇴 기한을 연말로 못 박은 이유에 관해 묻자 “나는 종권에 연연하지 않고, 일종의 배수진을 친 것”이라며 “그동안 많은 스님과 불교 단체들이 많은 주장을 했는데, 그분들이 나름대로 생각한 바를 불교 개혁으로 엮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퇴 유보 이유로 개혁을 강조한 설정 스님은 “사부대중의 개혁에 대한 열망과 뜻을 담아 종헌종법을 재정비해 조계종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설정 스님은 “혁신위원회를 새롭게 발족해 이 위원회가 실질적이고 명실상부한 개혁위원회가 되도록 하겠다”며 “종단 원로 스님과 개혁 의지가 투철하고 경험 있는 분들로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언급했다.
설정 스님은 이어 혼탁하고 세속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총무원장 선거 제도에 대해 “직선제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해 모든 사부대중이 인정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겠다”고 방점을 찍었다.
설정 스님은 그간 오는 16일 이전 총무원장직을 사퇴한다는 뜻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이런 방침을 그 자신이 직접 밝힌 바는 없다.
설정 스님이 즉각적인 사퇴를 사실상 거부함에 따라, 이번 조계종 사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돈으로 더욱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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