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호 기린갤러리 대표가 국가문화재 국보·보물을 지정하는 문화재청 동산문화재분과 심의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13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기린갤러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5년 18세기에 만들어진 백자항아리를 보물 지정 신청하였으나 2018년 부결됐다”며 “부결된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 도자기 전문위원 3인이 실물 조사를 거쳐 작성한 검토 보고서를 살펴보니 사실이 아닌 내용이 많았다”고 전했다.
문제가 된 백자항아리는 2015년 6월 서울 은평구청을 거쳐 서울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국가지정문화재 지정가치가 있다’고 의결돼 이듬해 문화재청에 국가문화재 지정신청을 했다. 하지만 2018년 3차 동산문화재분과 위원회는 백자항아리 심의를 부결했다.
보고서는 백자항아리는 파열과 균열이 심해 대부분 수리되었으며 표백제를 사용하여 도자기의 원형을 훼손하였고 도자기 표면에 패인 흠을 백토물로 메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이는 잘못된 내용이라고 지적하며 “1%밖에 손상되지 않은 도자기에 대부분이란 표현을 쓰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과산화수소수 표백제는 1,250도 이상으로 구워진 도자기의 원형에 영향을 미칠 수 없으며 도자기 표면에 패인 홈을 백토물로 메웠다는 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문화재청 측은 “조사위원은 모두 해당 분야에서 수년간 관록을 쌓은 전문가로 구성했고 전원 ‘보물로서 지정가치 없음’으로 공통된 의견을 낸 것”이라며 “민원인이 주장하는 ‘엉터리’라는 의미는 문화재 가치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인문학적 보고서에 있어 절대적 근거를 찾기 어려운 자의적 해석”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문화재청과 서울시문화재위원회의 평가가 갈리는 것에도 문제를 지적했다. 서울시문화재위원회는 △몸체의 파손이나 수리 복원된 부분이 적어 본래의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다. △유태의 품질이 최상급이라 보기 어렵고 몸체의 한쪽이 기울어졌으나 크기가 크고 형태가 유려하며 비례가 안정돼 조형성이 뛰어나다. △숙종후반 영조초기 조선관요의 무문백자 입호를 대표하는 유물로서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해 보존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잘못된 검토보고서를 토대로 문화재청 동산문화재분과 심의 위원 10명이 실물과 비교 검토도 하지 않은 채 보고서에 만장일치로 찬성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명백히 잘못된 절차를 통해 잘못된 판결을 받고서도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 역시 문제”라며 “모든 문화재의 보물 지정을 논의하는 데 있어 정확한 검토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것은 물론 문제가 있다면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측은 “이번 안건은 국보·보물 지정 절차에 따라 관계전문가의 인문학적 조사 및 과학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문화재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부결되었으므로 현재로서는 재심 대상이 아니지만(문화재보호법 제23조 및 동법 시행령 제11조) 향후 국가지정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새롭게 입증할 수 있는 학술적·예술적 자료가 보완된다면 시·도문화재위원회를 거쳐 재신청 할 수 있다(동법 시행령 제17조)”고 밝혔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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