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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방송 최초 쿠테타 문건 공개…30년 간 묻혀있던 진실은?

/사진=MBC




MBC ‘PD수첩’이 30여 년 간 비밀에 묻혀있던 ‘작전명령 제 87-4호’ 기밀 문서를 방송 최초로 공개한다.

촛불시위가 한창일 무렵, 미국의 한 언론사는 믿기 힘든 기사를 실었다. 군이 위수령과 계엄령 발동을 검토한다는 내용이었다. 1년이 지난 지난달, 기무사 문건이 공개되면서 해당 기사의 내용이 일부 드러났다. 문건의 이름은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방안’. 평화로웠던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상대로 계엄령이 내려질 수 있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문건은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군인들은 기무사의 계엄문건은 실행의지가 없는 개념 계획에 불과하다고 항변한다. 과연 이 주장은 사실일까.

‘PD수첩’은 취재 도중 바로 군부대를 투입할 수 있는 ‘계엄 작전 명령’ 문건을 입수했다. 이 문건은 2급 기밀인 ‘작전명령 제 87-4호’였다. 30여 년 간 비밀에 묻혀 있던 기밀문서를 ‘PD수첩’이 방송사상 최초로 공개한다.

‘작전명령 제 87-4호’는 육군참모본부에서 작성한 후, 일선 전투부대에 하달된 문건이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든 명령이 내려오면 실행될 준비가 된 실행 계획이었다.

당시 특전사 대원들은 출동준비를 하고 있었고, 특전사의 한 장교는 실제로 ‘연세대학교로 투입된다는 명령을 받았다’고 ‘PD수첩’ 제작진에게 털어놓았다. 즉, 명령만 떨어지면 작전 지역에 투입돼 시위 군중을 무력 진압해야 하는 군사명령이었던 것이다. 특히, ‘작전명령 제 87-4호’는 당시 육군본부가 아니라 계엄출동 부대에 전달된 것이었다. 이는 개념계획이 아니라, 바로 실행한다는 것을 뜻한다.

‘작전명령 제 87-4호’는 공식 문서번호도 없고, 문서 전달도 공식 문서 수발 계통을 밟지 않고 특전사령관 등 일선 전투부대 사단장 등을 불러서 개별적으로 전달했다. 즉, 법적 절차를 전혀 밟지 않고 군부대를 이동시키는 역모였던 것이다.

지금까지 전두환 前 대통령은 1987년 6월 계엄령 존재에 대해 부정해왔다. 하지만 당시 특전사령관인 민병돈 장군의 말은 달랐다. 계획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1987년 문건은 민주화를 외치는 국민들을 폭도로 규정하고 소요진압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87년 문건에 나타난 계엄은 서울에 국한되지 않았다. 전국에 걸친 계엄이었다. 특히 놀라운 것은 부산, 마산 및 광주 지역이었다. 부산, 마산은 부마항쟁으로, 광주는 1980년 5월에 민주화운동을 외치다 군부의 유혈진압으로 큰 아픔을 겪은 곳이었다.



1980년 5월 광주에 투입했던 11공수부대를 1987년에 다시 투입하겠다는 끔찍한 계획을 세웠다. 한국 현대사에서 커다란 아픔이 있었던 곳에 그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당시 투입됐던 공수부대를 다시 투입해서 유혈진압을 하려 했던 것이다.

또한, 화학부대, 항공여단까지 투입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는 점에서 1980년 광주 5.17의 비극을 넘어서는 참상이 발생했을 수도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2017년 역시 기계화사단과 특전여단이 포함된 최정예부대가 전국으로 투입될 계획이 담겨있다. 1987년의 문건과 최근 공개된 2017년의 기무사 문건은 매우 흡사하다. 동원된 부대는 물론이고 공수부대의 투입 계획까지 거의 일치했다.

즉, 1987년 문건과의 유사성으로 볼 때, 2017 기무사 계엄문건은 단순한 개념계획이 아니라 구체적 실행을 전제로 한 계엄 문건이었음을 알 수 있다. 두 문건 사이엔 30년의 시차가 있고, 그 사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로 재탄생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과거의 추억인줄 알았던 계엄령은 2018년 지금도 민주주의의 광장을 휩쓸 준비를 하고 있다. 1980년 광주에서 학살을 자행하고, 1987년, 직접 계엄령을 실행하고자 했던 이들은 30년이 흐른 오늘날 촛불 뒤에서 계엄을 말하고 있다.

국민을 군홧발로 짓밟고 무력으로 진압하려고 했던 그들에게 국민이 쟁취한 민주주의는 어떤 의미였을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쿠테타DNA’의 근원을 파헤친 ‘PD수첩’은 오늘(14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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