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전. 러시아 재상인 코코흐체프의 초청으로 하얼빈을 방문한 이토 히로부미가 안중근 의사에게 권총으로 저격당했다. 이토 히로부미가 총에 맞은 장면, 떨어진 총알에서 연기가 나는 장면, 러시아 장교에 의해 제압당하면서 모자가 떨어지고, 총이 땅에 떨어졌어도 이토 히로부미를 날카롭게 바라보는 안중근 의사가 생생하게 그려졌다. 바로 ‘이토공 조난지도伊藤公 遭難之圖’라는 석판화 작품에 그려진 모습이다. 안중근 의사를 ‘흉한(兇漢)’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그의 저항정신이 돋보인다. 이 작품은 개관 15주년을 맞은 치악산명주사 고판화박물관 특별전에서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다.
개관 15주년을 맞이한 원주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이 73주년 광복절을 맞이하여 ‘판화로 보는-근대 한국의 사건과 풍경’ 특별전을 선보인다. 한선학 고판화박물관장은 14일 서울 종로구에서 개최한 간담회에서 “근대 한국과 관련된 60점을 선별한 이번 특별전을 통해 남북한의 아름다운 풍경을 판화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의 시민들이 직접 볼 수 있는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며 “분단의 아픔을 씻고 지속발전 가능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박물관 15주년을 맞은 소회에 대해 “인생에서 황금기이자 고통스러운 시기였다”고 밝혔다.
2018년 생생문화재사업으로 열리는 첫 번째 특별전은 개관 15주년을 맞아 23년 동안 모은 수집품 6,000여 점 중에 근대 한국의 역사적인 사건을 담은 판화와 남북으로 흩어져 있는 아름다운 풍경 판화 60여 점을 골랐다. 문화재청과 강원도, 원주시의 후원으로 오는 8월 18일부터 9월 23일까지 고판화박물관 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전시회 1부에서는 강화도 조약으로부터 안중근 의사의 이토히로부미 저격사건까지 근대 한국의 주요한 사건들을 망라한 판화들로 이루어져 있다. ‘양호도찰 오지영’의 이름이 새겨진 동학의 태극기를 찍었던 목판,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가 된 고종이 포함돼 있는 ‘세계 십대 황제 초상’ 석판화 작품 등이 소개된다.
근대 한국의 풍경을 보여주는 2부에서는 1899년에 제작된 대형 목판화인 ‘금강산사대찰전도’를 비롯하여 금강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채색 석판화로 제작하여 10폭, 8폭 병풍으로 제작된 작품들과 일제강점기에 강원도가 발행한 ‘금강산 탐승도’ 등 금강산 조감도도 다양하게 소개된다. 금강산 관광 기념 스탬프를 모은 책자에는 ‘신계사’ 대웅전의 모습을 채색 판화로 찍은 작품도 이채롭다. 일본의 세계적인 목판화 작가인 히르카츠 운이치의 평양 ‘목단대’ 와 세계적인 일본의 우키요에 작가인 가와세 하스이가 그린 ‘은밀대’등 북녘의 아름다운 모습이 담겨있는 판화도 소개된다. 뿐만 아니라 18세기 서울의 모습과 광화문 등을 볼 수 있는 동판화를 비롯해 남대문, 동대문 등을 아름답게 표현한 석판화 등도 만날 수 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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