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게 시민의 힘으로 세웠기 때문에 살아 있는 식민지역사박물관이 될 것입니다.”
이이화(82·사진)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위원장이 오는 29일 박물관 정식 개관을 앞두고 광복절에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지난 2007년 준비위원회가 발족한 후 약 11년 만에 공적자금의 도움 없이 순수하게 일반시민의 성금과 자료 기증으로 마련돼 경술국치 108주년을 맞아 문을 연다. 한국사 대중화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 사학자인 이 위원장은 고령을 이유로 자리를 고사하다 맡았다. 박물관은 특히 여러 박물관 중 가장 많은 기증품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돈을 주고 사 오려고 해도 자료를 못 구하는 마당에 국가 예산도 안 받고 어떻게 꾸릴지 걱정이 컸다”며 “그런데 예상치 못한 호응을 받았고 여러 곳에서 자료를 희사해주셨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전시자료 7만점 정도를 모았는데 국내외를 통틀어 일곱 개 정도밖에 없다는 3·1운동 ‘독립선언서’ 원본도 있다”며 “강제징용된 일본군에서 몸에 두르던 ‘무운장구(武運長久)’라고 적힌 띠는 물론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글 등의 자료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식민지역사박물관에는 “한국의 통치권을 예전부터 친하고 믿고 의지하고 우러르던 이웃 나라 대일본 황제 폐하께 양여한다”는 내용의 순종 칙유(임금의 말씀을 적은 포고문)와 초대 조선 총독인 데라우치 마사타케의 포고문 등 국치의 아픔을 담은 사료가 전시될 예정이다. 나라를 팔고 귀족이 된 조선의 고위층들이 1910년 11월 부부 동반으로 일본을 관광하던 당시의 흑백사진 등을 담은 ‘병합기념 조선사진첩’이나 식민지 시절 조선인들을 감시·탄압했던 경찰들의 자료도 볼 수 있다.
이 위원장은 “우리의 지향점은 과거를 반성하고 진실을 밝히고 화해하는 것”이라며 “일본과 친일파들이 반성하도록 하고 이후 화해하자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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