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 가치 급락 사태가 진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인도 루피화가 장중 사상 최저치로 추락하면서 터키발 금융 리스크의 여진이 여전히 신흥국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인도 루피화 환율은 장중 달러 대비 70.08루피까지 치솟았다. 루피화가 70선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루피화 가치 하락으로 올해에만 9% 떨어져 아시아 통화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루피화 가치 하락은 유가 상승과 미국이 촉발한 글로벌 무역전쟁에 대한 불안감에다 터키발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신흥시장 통화를 내던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DBS은행의 라디카 라오 경제학자는 “인도 루피화 하락은 신흥시장 통화 위기에 따른 글로벌 투자자들의 광범위한 매도의 한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루피화 가치가 급락하자 인도중앙은행이 다시 한 번 외환시장에 개입해 진화에 나섰다. 앞서 환율 안정을 위해 지난 5개월간 23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풀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무역 불균형, 여기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 지출 증가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던 인도 경제가 터키발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에 대한 통화 당국의 개입이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 시장 전문가들은 루피화 가치가 70.60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터키 리스크가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위기상황이 해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앞으로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루피화가 적정 가치 이상으로 급락했기 때문에 터키의 위기상황이 확대되지 않는 한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에셀파이낸스의 살릴 다타 대표는 “루피가 이제는 적당한 가치가 됐다”며 “루피가 바닥을 친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분석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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