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전 황의조는 “인맥 축구 논란을 들었다. 논란에 신경 쓰기보다 몸 관리에 집중하겠다”며 “좋은 모습을 보이면 나를 보는 시선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각오 그대로 그는 자신을 향한 시선을 첫 경기에서, 그것도 불과 16분 만에 완전히 바꿔놓았다.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E조 조별리그 1차전. 23세 이하(U-23) 대표팀의 와일드카드(23세 초과 3명) 공격수 황의조는 김문환(부산)이 페널티 지역 바로 밖에서 찔러준 공을 안정적으로 터치한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키퍼 왼쪽을 뚫었다. 전반 16분이었다.
바레인은 중동의 복병으로 평가되던 팀이다. 역대 U-23 대표팀 간 전적에서 한국에 1무6패로 철저하게 밀렸지만 최근 평가전에서는 북한을 4대1로 크게 이기고 강호 우즈베키스탄과도 3대3으로 비긴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특유의 끈적끈적한 경기운영을 생각하면 빠른 시간에 선제골을 터뜨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는데 황의조가 큰 역할을 했다.
김진야(인천)의 득점으로 2대0이던 전반 35분, 황의조는 또 한 번 번뜩였다. 투톱 파트너 나상호(광주)가 왼쪽에서 보낸 낮은 크로스를 골문 쪽으로 잘 돌려놓은 뒤 오른발로 여유롭게 감아 차 3대0을 만들었다. 곧이어 나상호의 득점 뒤 황의조는 상대 골키퍼와 수비수 간 호흡이 맞지 않은 틈을 타 전반 43분 만에 해트트릭(한 경기 3골 이상)을 완성했다. 벤치의 김학범 감독은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환한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대회 조직위원회의 허술한 운영으로 경기장 잔디를 밟아보지도 못한 채 바로 경기에 임했지만 잔디 변수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좌우 윙백 김진야와 김문환의 공도 컸다. 둘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 수비 위주로 나온 바레인을 초반부터 흔들어주면서 한국은 어렵지 않게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전반에 이미 5대0으로 달아난 한국은 6대0으로 승리하면서 가벼운 첫걸음을 내디뎠다. 후반 들어 바레인의 공세에 주춤했지만 골키퍼 조현우(대구)가 든든하게 골문을 지켰다. 대회 2연패이자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을 향해 순항을 시작한 것이다.
특히 1차전 선발 라인업 11명 중 J리거 황의조를 제외한 10명을 모두 K리거로 꾸리고도 대승을 거두면서 앞으로의 일정에 여유가 생겼다. 김 감독은 소속팀 경기 일정과 긴 이동을 생각해 손흥민(토트넘)과 이승우(엘라스 베로나),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유럽파에게 휴식시간을 보장했다. 이승우는 후반 13분에 황의조 대신, 황희찬도 같은 시각 황인범을 대신해 들어가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황희찬은 종료 직전 프리킥 골까지 넣었다. 주장 손흥민은 끝까지 벤치를 지켰다.
한국은 17일 말레이시아에 이어 20일에는 키르기스스탄을 상대한다. 경기 시작 시각은 모두 오후9시(한국시각). 이후부터는 16강 토너먼트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과 16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크다. 말레이시아는 키르기스스탄을 3대1로 눌렀다. 페널티킥 포함해 1골 2도움을 올린 오른쪽 윙어 무함마드 사파위 라시드가 한국의 경계 대상 1호로 떠올랐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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