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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목격자’ 곽시양, ‘신과함께2’·‘공작’ 경쟁에도 자신 있는 이유

/사진=NEW




곽시양이 새로운 옷을 입었다. 로맨틱 코미디 속 달달함을 벗고 스릴러의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된 모습에 어색함이 없다. 선한 듯 하면서도 날카로운 눈매, 묵직한 중저음이 더해지니 캐릭터의 분위기가 제대로 살아났다. 데뷔 4년 만에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목격자’에서 곽시양이 연기한 태호는 한 번 설정한 타겟은 끝까지 쫓아가는 잔인한 연쇄살인범이다. 연하남, 순정남 등의 수식어가 익숙했던 곽시양은 첫 상업영화 주연작에서 제대로 된 연기변신에 도전했다.

“그동안은 순정남 역할을 주로 해왔는데 이대로 이미지가 굳어버리면 어떡하나 걱정이 컸다. 그러던 와중에 우연찮게 ‘목격자’의 태호 제안이 들어왔다. 이전의 역할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고 많은 분들께 곽시양이 이런 연기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태호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공감 대신 연구가 필요했다. 실제 연쇄살인마를 모티브로 삼고, 비슷한 살인사건 사례들을 찾아가며 세세하게 캐릭터를 그려갔다. 깊은 고민 끝에 완성된 캐릭터는 가장 평범하고 흔한 모습의 살인마였다.

“캐릭터와 공감대가 없다 보니 표현에 어려움을 겪었다. 연쇄살인마 정남규가 족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신발 밑창을 도려내고, 한두 달 동안 피해자의 주변을 돌면서 동선과 성격을 파악하는 치밀함이 태호와 비슷해 모티브로 가져왔다. 다른 작품에 나온 살인마 캐릭터와는 평범함으로 차별화를 했다. 우리 영화는 현실성이 높은 영화다. 태호도 가장 평범한 모습이 더 무섭게 느껴질 것 같았다. 무표정으로 사람을 때리고 죽이는 게 사이코패스와 어울릴 것 같았다. 촬영하는 내내 욕심이 생겨서 연기가 과해지면 감독님이 많이 눌러주셨다.”

/사진=NEW


극중에서 곽시양은 말을 하는 장면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대사가 적다. 때문에 한 줄의 대사를 할 때마다 몇 번의 고민과 시도를 거쳤다. 무심코 듣고 넘길 수 있는 단어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한 그의 모습에서 캐릭터를 향한 열정이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실감했다.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감독님이 워낙 섬세하셔서 얼굴을 클로즈업 했을 때의 눈의 떨림이라던가 연기자의 호흡, 망치를 들고 있는 손의 떨림까지 설정하고 연기했다. 대사도 많이 없다 보니까 한 마디 한 마디가 소중했다. 태호의 말 중 ‘대따 잘 보이네’라는 대사가 있다. 왜 많은 단어 중에 ‘대따’일까 생각해봤다. 아무래도 사이코패스라면 사회와 많이 격리된 사람일테니 구시대적인 말을 쓸 것 같았다. 감독님께 이 말씀을 드렸더니 ‘네가 생각한 게 맞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곽시양의 다른 면을 보듯이, 그 역시 이전에는 몰랐던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 선역과 악역을 동시에 오갈 수 있는 묘한 얼굴. 배우로서 가진 최고의 강점이다.

“감독님께서 나에게 이면적인 얼굴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어떻게 보면 순해 보이지만 또 다르게 보면 굉장히 날카롭고 차가운 느낌이 있다. 나도 모니터를 보면서 ‘내가 이렇게 날카로울 수 있구나’ 싶어서 놀랐다. 이 역할을 하면서 내 얼굴을 여기저기 관찰해봤다. 내가 배우로서 여러 가지 매력을 가지고 있고, 이걸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진=NEW


외모뿐 아니라 연기에 있어서도 깨달음을 얻었다. 카메라 앞에서 대사를 읊는 것이 연기의 전부인 줄 알았던 그는 이제 상황을 이해하고 캐릭터를 흡수하는 방법을 배웠다. 여기에는 ‘목격자’에서 호흡을 맞췄던 선배 이성민의 영향도 컸다.

“몇 년 전만 해도 연기는 그냥 대본에 적힌 대로 뱉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왜 이 대사를 하고 이게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게 됐다. 극중 진경 선배님의 머리를 잡고 내려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 이성민 선배님께서 촬영장에 오셨었다. 그때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는 액션 하나에도 많은 메시지가 들어있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조언을 해 주셨다. 그 조언이 귀에 쏙쏙 박히면서 나도 모르게 다르게 연기가 나왔다. 그걸 보시고 선배님이 ‘그렇지. 이거지’ 하시더라. 연기에 대해서 몰랐던 많은 걸 깨닫게 됐다.”

연기에 대한 자신감도 높아졌다. 처음으로 도전한 살인마 연기에도 후회보다는 만족이 남았다. 그리고 그 만족감은 대작들이 즐비한 8월 극장가 경쟁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목격자’는 배우로서 큰 기회이자 도전이었다.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감독님, 선배님들의 조언을 듣고 연기한 게 어느 정도 묻어난 것 같아서 만족한다. 이제는 다른 캐릭터를 하더라도 잘 소화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8월에 굵직한 영화들이 많아서 우리 영화가 괜찮을까 걱정도 했었지만 보고 나니까 해 볼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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