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저녁 인천시 서구 공항철도 검암역 역사에서 만화 영화에서나 볼 법한 커다란 앵무새가 깜짝 등장하더니 역사 안을 휘젓고 날아다녀 역무원과 승객들이 새를 잡기 위해 진땀을 뺐다.
17일 공항철도에 따르면 광복절인 15일 오후 7시 20분께 공항철도 검암역을 순찰하던 부역장이 어른 팔뚝만 한 앵무새가 날아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노란색과 초록색 털빛의 알록달록한 앵무새는 전동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차선 위에 앉아있는가 하면 스크린도어 위를 종횡무진 날아다녔다. 까맣고 큰 부리를 삐쭉대며 자신을 바라보는 승객들을 빤히 쳐다보기도 했다.
이때부터 앵무새를 잡기 위한 작전이 시작됐다. 역무원과 승객들이 스크린도어에 앉은 앵무새를 잡으려 했으나 새는 이들을 놀리듯 역사 안을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앵무새는 전차선으로 날아가 살포시 앉았다가 다시 역사 안을 날아다니기를 반복했다. 전동차가 쉴새 없이 다니는 탓에 전차선에 있는 앵무새를 잡을 도리가 없었다.
30분 넘게 앵무새를 쫓다가 지친 역무원들이 역무실로 돌아왔다가 오후 8시 30분께 다시 역사로 나갔지만, 새는 사라진 뒤였다. 이후 20분쯤 지났을 때 누군가 역무실 문을 두드렸다. 어깨에 앵무새를 얹은 한 승객이었다. 앵무새를 잃어버린 새 주인과 공항철도 측이 나란히 관할 서구청에 신고한 것이었다. 구청은 주인에게 새가 공항철도에 있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이 고객은 어렵사리 새를 유인해 어깨에 앵무새를 앉히는 데 간신히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앵무새는 높은 곳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어서 사람 어깨에 올라가는 걸 좋아한다. 다행히 새 주인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 앵무새는 검암역과 가까운 서구 아라뱃길에 주인과 함께 소풍을 나왔다가 갈매기에 쫓겨 역사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앵무새 주인은 “새가 다른 곳으로 가더라도 주인에게 다시 돌아오도록 훈련해 놨는데 갈매기에 쫓기면서 역사까지 도망간 것 같다”며 공항철도 측과 승객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공항철도 관계자는 “다행히 새가 선로에 앉지는 않아서 전동차 운행에는 지장이 없었다”며 “검암역인 바깥으로 뚫린 지상 역이어서 새가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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