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전 세계 최고경영자(CEO)들과의 면담에서 미국의 경영(일자리)을 더 좋게 만드는 방안을 물었다”면서 “한 경영자는 분기별 실적발표를 중단하고 6개월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기 실적발표를 하면) 유연성이 더 커지고 비용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증권거래위원회(SEC)에도 검토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분기별로 연간 네 차례 이뤄지는 실적공시를 반기별 두 차례로 줄이자는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선호하는 기업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의견은 미국 재계의 대표적 여성 CEO이자 조만간 퇴진을 앞둔 인드라 누이 펩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사 실적공시 시스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다. 느닷없이 실적발표 시스템을 지적한 것은 분기별 실적발표가 상장사의 투명성을 높이는 긍정적 취지는 있지만 경영진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투자해야 성과가 나오는 장기적인 경영계획보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게 된다는 문제에 동조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업의 실적발표 주기를 축소하면 비용 문제는 물론 기업 경영의 유연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기업의 부담을 줄여 성장은 물론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기업들이 단기목표 달성을 위해 장기적인 이익을 소홀히 할 수 있다”며 분기별 실적발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자본시장의 표준으로 굳어진 ‘분기별 실적공시’ 시스템이 변경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고 있다. 시스템 변경에 따른 혜택이 구체적이지 않고 독립적 연방기관인 SEC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오랜 규정을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경제매체 CNBC는 오히려 실적공시 횟수보다 실적발표 때 함께 내놓는 실적전망(가이던스)이 더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경영진을 실적 가이던스의 부담에서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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