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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폴 고갱과 과학기술 출연硏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하이브리드 모더니즘' 4차혁명

국방·안보서 기술적 근간 마련

출연硏이 기술 개척자 나서야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후연구원(Post-Doc)을 하며 진로를 고민할 때 보스턴미술관에서 한 작품을 보며 생각에 잠기고는 했다. 폴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였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미래를 고민할 때 고갱의 그림과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출연연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은 높은데 우수 논문 건수, 인용 건수 등 실적은 저조하다’ ‘과거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출연연의 추격형 R&D 패러다임은 한계에 달했다’ ‘R&D 대혁신이 필요하다’ 등의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6년 다보스포럼 후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며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우려, 혁신 요구가 커졌다. 국가 과학기술을 이끌어가는 주축인 출연연의 역할과 발전 방향도 매우 중요해졌다.

과거 산업혁명을 문화와 예술의 맥락에서 보면 1차 기계혁명은 낭만주의, 2차 전기혁명은 모더니즘이 근간이었다. 모더니즘은 최적화라는 과학기술 용어로 표현할 수 있는데 살상능력이 높은 무기,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술 등 자원과 비용의 효율성을 위해 과학기술과 사회가 발전했다. 3차 디지털혁명의 시대정신은 포스트 모더니즘이다. 지금처럼 다양한 사회적 가치가 공존하고 인정받았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정신은 ‘하이브리드 모더니즘’이 될 것이다. 다양한 가치관이 결합하고 보완돼 사회가 원하는 가치를 형성하고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처럼 사회와 산업, 과학기술 패러다임이 격변하는 과도기에 과학기술 혁신의 주체인 출연연의 존재 이유와 의미,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한 고찰은 시대적 요구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출연연은 과학기술 고유의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라이트형제, 일론 머스크와 같이 모험정신을 되살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기술 개발에 도전해야 한다.



둘째, 인간·인류·사회·국민을 위한 출연연이 돼야 한다. 인간성 회복, 인류의 번영, 사회정의 실현,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 ‘예술은 선동하지만 과학은 안심시키려고 한다’는 조르주 브라크의 말처럼 출연연은 국민을 안심시키고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셋째,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야 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많은 기술에 세계가 앞다퉈 R&D 투자에 나서고 있다. 새로운 과학기술 플랫폼은 계속 출현할 것이다. 출연연은 발 빠르게 움직여 미래사회를 향한 기술 개척자(pioneer)인 동시에 척후병(avant garde)이 돼야 한다.

넷째, 과학으로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세우고 국방과 안보에서 기술적 근간을 마련해야 한다. 과학기술을 매개로 남북이 통일로 향하는 데 교두보의 역할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토의 균형 발전과 지역 경제에 기여해야 한다. 수직 계층화된 지역분원 구조를 네트워크형으로 발전시키고 상호 연계를 강화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지역 특화기술의 허브로도 자리매김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공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립하는 것에 맞춰 출연연도 존재의 이유, 국가와 사회를 위한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안팎에서 함께 쪼아내는 ‘줄탁동시’처럼 출연연과 정부가 함께 변화를 모색하고 미래를 개척하기를 기대한다.

※백상논단 새 필진으로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이 참여합니다. 원 이사장은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전산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 펜실베이니아대 조교수, KAIST 전산학과장, 초대 한국HCI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설립을 주도하고 초대 원장을 지냈으며 문화기술(CT)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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