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매체인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시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다음달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을 기념하는 9·9절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18일 보도했다.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찾는 것은 시 주석의 전임자 후진타오 전 주석이 지난 2005년 방북한 후 13년 만이다. 2012년 집권한 시 주석의 첫 방북이기도 하다.
폼페이오 장관의 세 번째 방북 이후 북한은 연일 종전 선언과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하면서 핵 신고가 우선이라는 미국의 입장과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김 위원장이 직접 ‘적대세력의 제재 책동’을 거론하며 대미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원산관광지구에서 ‘강도적 제재 봉쇄’를 언급한 데 이어 삼지연에서도 “적대세력들의 집요한 제재와 압살 책동으로 우리 사회주의 전진 도상에는 난관이 조성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18일 종전 선언이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다음달 평양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 북한의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제재 완화에 동조하면서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전략이다. 리밍장 난양기술대 국제학 교수는 “북한과 중국이 가까워지는 것은 바로 미국 정부에 보내는 신호”라며 “북한 비핵화에서 중대한 돌파구를 만들려면 미국이 중국의 더 강한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스트레이츠타임스가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달 중 방북에서 핵 리스트와 종전 선언을 맞바꾸는 ‘빅딜’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미국은 북중 밀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북한이 우군인 중국을 믿고 핵 리스트 신고 대신 체제 보장 요구만 내세울 수 있는데다 대북 협상력을 높이는 제재 또한 느슨해질 수 있어서다. 다만 북한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미사일 관련 현장조사를 수용했다고 교도통신이 19일 보도하면서 보다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 5월 ICAO에 ‘사전 통보 없이 미사일 실험 등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시 주석의 방북을 바라보는 우리의 셈법도 복잡해지게 됐다. 중장기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중국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지만 미국이 떨떠름해하는 중국의 개입으로 북미관계가 다시 소원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과 시 주석의 방북 직후 이뤄질 ‘평양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관계를 끈끈히 하는 중재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9월 말 유엔총회 방문을 설득해 남북미중 4자 종전 선언을 유도하는 한편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남북 경제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효정·이태규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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