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조직적으로 퇴직 간부의 재취업을 불법적으로 계획한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19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4년 3월 공정위 운영지원과에서 작성한 ‘과장급 이상 퇴직자 재취업 기준안’을 입수해 공개했다. 자녀나 퇴직자들을 채용하도록 16개 대기업을 압박한 혐의로 공정위 전·현직 직원 12명이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이와 관련한 공정위 내부 문건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건에 따르면 공정위는 당시 정년퇴직까지 2년 이상 남은 직원들을 기업에 취업을 청탁할 대상으로 명시했다. ‘기업들의 공정거래법 자율준수 및 법 위반 예방활동’이라는 명분에서다. 공정위의 취업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4·5급의 경우에는 정년이 임박하게 도래하는 자는 예외로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외부에서 추천요청이 있어도 본인이 고사하는 경우에는 추천을 강행하지 않는다거나 퇴직자가 재취업을 하더라도 해당 기관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공무원 정년까지로 정한다는 지침도 마련했다. 나아가 이미 공정위를 떠난 재취업자들의 연장계약 기간까지 규정하고 있어 공정위가 퇴직자들의 재취업을 조직적으로 관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같은 해 5월에 작성된 문건에 따르면 공정위는 한국소비자원과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등에 대해 “소비자피해 예방이 주된 업무인 소비자원과는 직접 관련성이 적은 점 등을 (재취업) 대상기관 선정 시 적극적으로 피력해야 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각종 협회나 조합은 취업제한 대상기관 포함 여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되니 재취업 기관 선정 시 제외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도 적었다.
김병욱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공정위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공정한 시장질서를 지키기보다 막강한 권한을 내세워 민간기업들을 재취업기관으로 관리하면서 서로 유착돼 있었다”며 “퇴직 간부들을 받아주는 조건으로 기업에 제공된 부당한 뒷거래가 있었는지도 철저히 조사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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