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살이를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이 “현장에서 보니 골목경제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며 “서울시가 발주하는 용역·조달 조건을 완화해 마을기업들이 집수리 등 동네 일을 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19일 오전 tbs 라디오에 출연해 “서울시가 2조원이 넘는 돈을 동네 주거환경개선 등에 투자하는데, 이 돈을 결국 외부 건설회사나 업체가 다 가져간다”며 “골목 아스팔트 깔고 집수리하는 것을 동네 주민들이 하도록 하면 수입이 주민들 주머니로 들어가고, 동네 식당도 살아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자체 주거환경개선 사업 등에 참여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을 갖추고 공사 경력이 있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워 마을기업이 참여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지난번 국무회의 때 문재인 대통령께 조달·용역을 맡기는 과정에서 제한을 철폐해 시장이 마음껏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고,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박 시장은 삼양동 옥탑방살이 이후 내놓은 강남·북 균형발전 대책에 대해 “전 세계가 99대 1의 사회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는 ‘바닥의 반란’이며 오큐파이 월스트리트 운동(Occupy Wall Street·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의 연장 선상”이라고 규정했다.
노후 주택지의 주차 문제에 대해서도 공유차량(나눔카)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시장은 “(강북구에 한 달 사는 동안) 온 동네 사람들의 민원이 주차장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주차장 신설이 길은 아니다. 대신 쏘카·그린카 등 공유차량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땅을 200평가량 마련하면 1층에 공유차량을 주차시키고, 2층에는 동네카페를 만들고, 3층은 동네 회의가 가능한 시설을 만들겠다며 공유차량 업체 ‘쏘카’가 이미 약속했다고 밝혔다.
불균형 문제 해결에 나선 동시에 여의도·용산 개발 같은 토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내 컬러는 총천연색”이라며 “서울이라는 도시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만 갈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여의도는 우리나라 금융이 총집결된 국제금융지구인데, 아파트단지가 지은 지 40∼50년 되며 굉장히 노후화했다”며 “개별적 개발이 진행되면 난개발이 되니 전체 마스터플랜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의도·용산 개발 같은) 많은 일을 적어도 제가 디자인해 착공하겠다”며 “그다음 시장 때 완공하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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