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지역에 교통시설 등을 확충해 강남북 격차를 해소하자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관건은 재원조달이다. 경전철 4개 노선 신설에만도 2조8,000억원이 소요된다. 서울시 한 해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서울시는 시가 60%의 비용을 대고 나머지를 국비로 조달한다는 구상이지만 혈세이긴 마찬가지다. 서울시 살림살이가 넉넉한 편도 아니다. 이자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금융채무만도 11조원에 달하고 퇴직금과 임대보증금 등 미래에 지급 의무가 있는 부채도 27조원을 넘는다.
더구나 이들 4개 노선은 경제성 부족 등의 이유로 민간자본 유치에 실패하면서 중도 포기한 전례가 있다. 박 시장은 2013년 이번 4개 노선을 포함해 총 9개 경전철 노선을 민자유치 사업으로 추진했지만 동북선과 신림선 2개만 지각 착공했을 뿐 나머지는 제대로 추진된 것이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4개 경전철 건설을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재추진하겠다니 선심성 행정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투자는 사업성을 철저히 평가한 뒤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혈세 낭비를 막을 길이 없다. 공공성을 핑계로 선심성 정책을 펴다가는 혈세만 축내고 실패한 용인·의정부 경전철의 전철을 밟기 십상이다. 이들 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서울시 산하기관에 맡겨서는 안 된다. 과거에도 그랬다가 엉터리 수요예측을 한 게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서울시가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한다면 중앙정부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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