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들이 도시를 점령하면서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과잉관광)’은 비단 베네치아만의 현상은 아니다. 바르셀로나와 파리·암스테르담·도쿄·부탄 등 세계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용어는 2012년 해럴드 굿윈 맨체스터메트로폴리탄대 교수가 관광으로 고통받는 유럽의 도시 문제를 진단하면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후 불과 몇 년 만에 보통명사가 됐다. 관광객 폭증은 저비용항공과 공유숙박 플랫폼의 등장으로 비용이 싸진 영향이 크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각국 도시는 오버투어리즘 규제에 나서고 있다. 베네치아는 주거지역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검문소를 설치해 주민들만 통과시키고 스페인 마요르카는 공유숙박 영업을 금지하고 있다. 크로아티아의 중세도시 두브로브니크는 내년부터 크루즈 관광객을 하루 4,000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과잉관광 문제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북촌과 제주·통영·전주 등에서 관광객과 주민들 간 실랑이가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서울시와 종로구는 새벽부터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소음과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가 커지자 일정 시간만 관광을 허용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비록 상인들의 반발로 강제 시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광허용시간제’는 관광홍수 시대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관광정책도 이제 변화가 필요한 때가 된 것 같다. 무작정 관광객 유치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정주권을 보장해주면서 관광객의 만족감을 같이 높일 수 있는 솔로몬 해법이 필요해 보인다. /오철수 논설실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