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관계자는 22일 국방부가 올해 말 발간 예정인 ‘2018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라는 문구는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2010년 말 발간된 2010 국방백서부터 등장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발간하는 정부의 공식 책자에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한 채 북한군과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적대 행위 해소 조치들을 협의해 나간다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적이라는 표현 대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문구나 단어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적’으로 표기된 문구를 삭제하는 대신 ‘군사적 위협’ 등의 표현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관계자는 “2004년이나 2008년에 발간한 국방백서를 기준으로 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참여정부 시절 발간된 2004 국방백서에는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대량살상무기, 군사력의 전방배치 등 직접적 군사위협”으로 표기했다. 2008 국방백서에는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개발과 증강, 군사력 전방배치 등은 우리 안보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지로 위협 수준이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 것도 ‘적’이라는 표현 삭제 검토의 한 배경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2016년 국방백서에 ‘적’이란 표현을 사용하면서 북한의 ‘위협이 지속되는 한’이란 단서를 달았다”면서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지하고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나선 국면을 보면 당시 국방백서의 단서가 일정 부분 해소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2016 국방백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사이버공격, 테러 위협은 우리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면서 “이러한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라고 표기했다.
국방부는 1994년 제8차 실무 남북접촉에서 박영수 북측 대표가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하자, 1995년 국방백서에 ‘북한군은 주적’ 표현을 처음 사용해 2000년까지 유지했다. 그러나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주적 표현이 쟁점화되면서 2004년 국방백서부터 이를 삭제했고 ‘직접적 군사위협’, ‘심각한 위협’ 등으로 대체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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