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기승을 부린 올여름 호텔과 펜션들이 성업을 이룬 가운데 인터넷을 통한 숙박 취소 사례가 급증하면서 환불금 지급주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소비자원과 숙박업체가 각종 민원에 대해 예약 대행업체들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소비자들은 어디다 하소연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실정이다.
22일 소비자원에 따르면 숙박료 환불액 지급과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과 숙박업체에서 개별적으로 적용한 환불 규정의 간극을 좁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숙박예약 대행업체는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수십만원을 웃도는 숙박예약비 환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돈을 받은 숙박업체에서 되돌려주지 않는 이상 대행업체 역시 환불할 방법이 없지만 소비자원의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환불 책임을 오롯이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숙박 예정일 전에 취소를 했는데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하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며 “특히 소비자원에서 ‘돈을 결제한 곳에서 해결하는 게 맞다’는 원칙을 내세워 환불을 사실상 강요해 ‘울며 겨자 먹기’로 수십만원의 비용을 대신 물어주는 경우가 일주일에도 수차례씩 발생한다”고 푸념했다.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간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해외 예약 대행업체들은 환불 책임에서 상대적으로 비켜나 있어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해외 예약 대행업체도 소비자 민원이 발생하면 조정을 시도하지만 국내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호텔·펜션 등 숙박업체는 일부 대형업체를 제외하면 소비자원의 합의 권고를 무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으로 소비자원이 지난 5월 제주도 내 숙박업소 90곳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 또는 사업자에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취소·환불 위약금 규정이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을 준수한 곳은 1곳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과 업체 자체 규정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숙박예약 대행 사이트 관계자는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은 비수기는 물론 성수기에도 사용 예정일 7일 전까지 취소를 하면 총요금의 10%만 배상하라고 권고하지만 자체 조사 결과 7일 이전 무료 취소 규정을 적용한 업체는 약 67%에 불과했다”며 “적어도 비슷한 유형의 숙박업소끼리는 공통된 환불 규정을 마련해야 소비자들 혼란도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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