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1형 당뇨병 환자와 각막손상으로 앞을 못 보는 환자에게 무균 미니돼지의 췌도(췌장 내 인슐린 분비 조직)와 각막을 이식하는 임상시험이 이르면 올 연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정규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23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대병원과 가천대길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병원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의 승인 아래 무균 미니돼지의 췌도세포·각막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사람과 종이 다른 이종(異種) 장기이식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성사되면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에 맞춘 이종 췌도·각막이식이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이뤄지게 된다. WHO 가이드라인은 돼지 췌도를 이식받은 원숭이 8마리 중 5마리(현행은 6마리 중 4마리) 이상이 6개월 이상 정상혈당을 유지하거나 인슐린 주사량을 절반 이하로 줄인 상태에서 비슷한 혈당을 유지하고, 1~2마리가 이 같은 효과를 1년 이상 유지하면 임상시험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각막은 8마리 중 5마리에서 그 같은 효과가 유지되면 된다.
박 단장은 “사업단 연구팀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WHO의 가이드라인을 충족한다”며 “2015년 돼지 췌도를 이식받은 당뇨병 원숭이 중에는 1,000일동안 정상혈당을 유지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병원 IRB 승인과 관련해 “각막(서울대병원), 췌도세포를 캡슐 안에 넣은 캡슐화 췌도(서울성모병원) 이식 임상시험은 이미 승인을 받았고 캡슐화하기 않은 일반 췌도세포 이식 임상시험은 가천대길병원이 다음달 승인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또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권고안이 나오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임상시험을 할 예정”이라며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정부 부처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행법 체계에서도 임상시험은 가능하지만 주무부처가 없는 실정”이라며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 등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이종 췌도·각막이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가 서둘러 관련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종이식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
박 단장은 “우리나라가 돼지 췌도·각막이식 분야에서 세계 톱 클래스지만 지금처럼 관련 법령과 가이드라인, 주무부처가 미비한 상황이 계속되면 선도적 지위를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혈당 조절이 안 되며 소아당뇨병이라고도 한다. 비만하거나 스트레스, 과한 당분 섭취 등으로 인해 생기는 성인형(2형) 당뇨병과는 다르다. 1형 당뇨병을 오래 앓으면 환자가 저혈당을 인지하지 못하는 ‘중증 저혈당’으로 발전해 운전 중 갑자기 정신을 잃거나 자다가 사망할 수 있다. 근본적 치료를 위해 뇌사자로부터 췌도를 이식받을 경우 2~4명의 뇌사자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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