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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나는 항상 옳은가?

연세대 철학과 교수

<80> 리더가 던져야 할 自問

인간인 이상 항상 옳을 순 없어

"나도 틀릴 수 있다" 인지하고

"상대방 다 틀렸다" 생각한다면

내가 독재자 아닌지 반성해야





옛날 그리스에서 있었던 일이다. 요즘 우리나라로 치면 법학전문대학원쯤 되는 한 학원에서 학생을 모집하면서 이런 광고를 내붙였다. “우리 학원은 최우수 변호사를 양성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졸업 후 첫 소송에서 패소하면 등록금을 전액 환불하겠다.” 소위 말해서 머니 백 개런티를 내건 것이다. 당시에도 사설학원들 사이에서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드디어 학생들이 모여들었고 그래서 첫 졸업생들이 배출됐다. 그런데 그 중의 한 학생이 졸업하자마자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과연 어떤 소송을 제기했을까.

바로 등록금 반환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학생은 이렇게 주장한다. “내가 만약 이 등록금 반환소송에서 이기면 학교는 당연히 나에게 등록금을 반환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내가 지더라도 학교는 나에게 등록금을 반환해야 한다. 왜. 그것이 바로 학교의 정책이었으니까.” 자, 얼마나 영악한 학생인가. 그러나 학교 측도 만만치 않은 논리를 제시한다. “학교가 이번 소송에서 진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학생이 졸업 후 첫 소송에서 승소한 것이니 등록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학교가 이긴다면 왜 등록금을 줘야 하는가.” 여러분은 이 싸움이 어떤 식으로든지 승부가 날 것으로 보는가. 절대 나지 않는다. 우선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더 나아가 이래도 저래도 항상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자신이 항상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옛날에 유럽에서 있었던 일이다. 마녀사냥이 극성을 부렸다. 마을에 문제가 생기기만 하면 그것은 몽땅 마녀들의 소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마녀사냥은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 목에 맷돌을 단 사람을 물에 빠트린다. 그래서 가라앉아 죽으면 “아. 이제 마녀 한 명을 성공적으로 처형했다”고 선언한다. 그런데 그 ‘마녀’가 기적적으로라도 살아난다면 어떻게 될까. 요즘 같으면 “사형수에게 두 번 사형을 집행할 수는 없다”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당시의 논리는 달랐다. “자 보라. 어떻게 사람이 맷돌을 목에 쓰고 강에 빠졌는데 살아날 수 있겠는가. 이 자는 마녀임이 분명하다”고 하면서 불에 태워 죽인다. 애당초 한 번 마녀로 지목되면 살아날 수가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살아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은 하나밖에 없다. 마녀로 찍히기 전에 남을 먼저 마녀로 몰아세우는 것이다. 그래서 한 번 마녀사냥이 시작되면 끝을 모르고 계속되는 것이다.

“상대방이 하는 것이라면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다 틀렸다. 왜. 상대방들은 나쁜 놈들이 한 것이니까.” “우리가 현재 이 모양으로 고생하는 것은 다 상대방이 저지른 못된 짓 때문이다.” 이렇게 항상 남 탓하는 사람들을 본 적 있는가. 이런 사람은 상대방에게 침을 뱉는 중이다. 문제는 자신이 누워 있다는 사실을 모를 뿐이다. 잘못된 모든 것이 모두 남 탓이라면 그것은 뭔가가 좀 이상한 것이다.



옛날에 조선에서 있었던 일이다. 두 머슴이 싸우다가 주인 앞에 와서 하소연한다. 한 머슴이 상대방이 못된 놈이라고 말한다. 주인은 그 말이 옳다고 인정한다. 그러자 다른 머슴이 도리어 상대방이 나쁜 놈이라고 주장한다. 주인은 그 말도 옳다고 인정한다. 지켜보던 다른 머슴이 “어째 두 사람의 말이 상반되는데 다 옳을 수 있느냐”고 하자 그 말도 옳다고 한다. 이 황희 정승의 이야기는 관용의 극치를 보여준다. 반면에 두 여인이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자 솔로몬은 그 아이를 둘로 쪼개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랬더니 친엄마가 양보하고 만다. DNA 검사가 없던 시절에 내릴 수 있는 최고의 명판결이다.

솔로몬의 단호함도 황희 정승의 관용도 다 같이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리더가 자신에게 ‘나는 항상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나는 항상 옳은가. 인간인 이상 절대 그럴 수 없다. “상대방은 항상 틀리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자신이 독재자가 아닌지를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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