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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조선에 반하다]조선시대 떡장수는 왜 어가에 돌을 던졌나

■조윤민 지음, 글항아리 펴냄





1861년 3월 초순의 어느 날 철종은 왕실 사당 참배를 위한 행차에 나섰다. 화려한 어가(御駕·국왕의 행차에 사용하는 가마)와 형형색색의 깃발, 수많은 신하와 호위병은 왕의 지엄한 권위를 드높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웬일일까. 왕의 행렬이 경복궁 인근에 다다랐을 무렵 어디선가 큼지막한 돌멩이 하나가 날아와 가마 꼭대기의 봉황 장식을 부러뜨렸다. 호위병들이 색출 끝에 잡아낸 범인은 떡을 팔며 생계를 이어가는 30대 중반의 상인 조만준이었다. 이 천한 신분의 백성은 도대체 무엇을 호소하고 싶었길래 어가에 돌을 던지는 대역죄를 감행한 것일까.

‘조선에 반(反)하다’는 양반 중심의 강고한 신분 질서를 흔들고 부조리한 통치 체제에 균열을 내기 위해 목숨을 던졌던 백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인 조윤민은 20년 동안 방송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하다가 2013년 이후 ‘두 얼굴의 조선사’ ‘모멸의 조선사’ 등을 펴내는 등 역사서 저술에 매진하고 있다.



책은 왕을 모독한 죄로 능지처참을 당한 떡장수 조만준처럼 지배 계층에 저항하며 이름 없이 스러져 간 조선 시대 민초들의 목소리를 복원한다. 서울 남산 꼭대기에서 횃불을 올려 왕의 실정을 꼬집었던 백성의 일화, 평민들이 뭉쳐 전국 각지에서 봉기를 일으킨 이야기 한 토막이 숨 가쁘게 펼쳐진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허울 좋은 권력자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온몸을 불살랐던 백성들이야말로 오늘의 역사를 일군 진정한 주인공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흥미진진하면서 차고 넘치는 사례들 덕분에 저자가 책머리에서 밝힌 다짐은 훌륭히 완수된다. “역사의 난장판에서 제대로 발언할 기회를 갖지 못한 이들에게 외칠 자리 하나를 마련하려 합니다. 시대의 부조리와 지배의 야만에 맞섰던 조선 백성이 행한 그 역류의 바람이 오늘 이 시대를 질타하는 칼이 되었으면 합니다.” 1만7,000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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