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보낸 영상 축사를 통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보수 야권이 총공세에 나섰다. 그간 경제정책 전환을 촉구해온 야권을 향해 대통령이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이 전대 축사에서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고 밝힌 점을 문제 삼으며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도대체 어떤 통계를 보고 누구의 보고를 받길래 우리 경제가 양호하고 고용의 질과 양이 좋다고 얘기하는가. 국민의 절망과 분노가 어디에서 오는 줄 아는가”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소득주도 성장 예산으로 경제를 망치고 일자리를 망치는 불장난은 하루속히 손 털어야 한다”면서 “세금중독 성장 정책은 망국적인 행위”라고 문 대통령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이어 “지금은 재정 확대로 독선과 아집의 승부수를 날릴 때가 결코 아니다”라며 “기업을 때려잡는 일은 그만하고 국가 권력이 시장의 임금 결정에 두 번 다시 개입하지 않겠다는 반성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재차 정부의 현 경제정책의 폐기를 촉구했다.
바른미래당도 경제정책 기조 유지 방침을 밝힌 문 대통령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하태경·정운천·김영환·손학규·이준석·권은희(기호순) 바른미래당 당 대표 후보들은 이날 한 TV 토론회에 참석해 문 대통령의 발언 등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집중 공격했다. 유력 당 대표 후보인 손 후보는 “문 대통령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올바르다고 하면서 소득 양극화 해소에도 기여했다고 평가했는데 잘못된 판단”이라며 “일자리도 정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문 대통령의 현 경제정책 유지 방침에 야권이 강력 반발하면서 소득주도 성장은 하반기 정치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야권이 소득주도 성장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이해찬 민주당 신임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5당 대표 회담’을 공식제안하면서 재점화된 협치 논의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여당과 야권이 소득주도 성장을 두고 전면전에 돌입할 경우 규제개혁·민생법안 등 청와대의 혁신 성장 정책에도 제동이 걸린다. 이와 함께 오는 9월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가 줄곧 야권에 요구한 ‘판문점 선언 비준’도 사실상 물 건너갈 것이 유력하다. 한국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권은 소득주도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의 예산안도 손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한 놈만 팬다’는 영화 ‘주유소습격사건’의 대사까지 인용하며 앞서 수차례 소득주도 성장 폐기를 위한 대여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한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 등을 포함해 전년 대비 9% 이상 증가한 최대 470조원대의 슈퍼예산안을 내년 편성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