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총리 3연임을 위한 레이스’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아베 총리와 1대1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자민당 내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파벌과 경제 업적에 힘입어 아베 총리의 승리가 거의 굳어진 분위기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 총재선거 후 ‘전쟁 가능한 정상국가’를 향한 개헌에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어서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가고시마현 다루미즈시에서 “앞으로 3년간 일본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결의로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정했다”며 “헤이세이(현재의 일본 연호) 다음 시대를 향해 새로운 국가 만들기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규슈 최남단의 가고시마현을 출마 공표 지역으로 선택한 것은 총재선거에서 의원 표(405표)와 같은 비중이 실리는 지방 당원의 표를 챙기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자민당 총재선거는 다음달 7일 고시된 후 같은 달 20일에 치러진다.
일본은 내각책임제로 하원인 중의원의 다수당 총재가 총리직을 맡는다. 집권 자민당은 단독으로 중의원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아베 총리가 3연임에 성공하면 그는 총재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21년 9월까지 총리직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 그가 3연임을 무사히 마치면 지난 1900년대 초반 가쓰다 다로 총리(11·13·15대)의 기록(2,886일)을 깨고 역대 최장기 재임 총리가 된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3연임을 거의 확실하게 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이 포함된 호소다파를 비롯해 아소·니카이·기시다·이시하라파에 다케시타파 중의원의 지지까지 등에 업으며 총 291표를 확보해 이시바 전 간사장(41표)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다. 특히 마지막까지 총재선거 출마를 저울질했던 노다 세이코 총무상도 조만간 포기 선언과 함께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예정이어서 아베 총리의 당선 확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지방 당원의 표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아베 총리가 자민당 지방 조직에 직접 전화를 걸어 지지를 독려하고 있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아베 총리에 대한 탄탄한 지지는 상당 부분 경제 성과에서 기인한다. 일본의 실업률은 올 5월 2.4%로 사상 최저 수준을 이어가고 있으며 2·4분기 국내총생산(GDP)도 전 분기 대비 1.9%(연율 기준) 성장했다. 엔저를 노린 금융 완화와 법인세 인하 등 아베노믹스가 호황의 밑거름이 됐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지방 경제 활성화 외에는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역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 강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점도 아베 총리의 지지율을 높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총재선거 승리 후 평화헌법 개헌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교전권과 군대를 보유하지 못하게 한 평화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고 국회 승인을 통해 자위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개헌안을 올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평화헌법 9조에서 군대를 보유하지 못하게 한 2조를 아예 삭제해야 한다면서도 논의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시바 전 간사장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또 자민당의 당규가 총재 임기에 대해 연속 3선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개헌을 쟁점화해 레임덕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으로도 분석된다. 게다가 이번에 연임에 성공한다면 개헌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커지고 전쟁이 가능한 일본으로 거듭날 수 있어 전 세계가 아베의 3연임에 주목하는 이유다. 다만 개헌은 국민 전체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쉽지 않은 과제다. 연정을 이루고 있는 공명당과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반대가 예상되는데다 내년에 참의원선거가 예정돼 있어 개헌이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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