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새롭게 이끌어갈 이해찬 신임 대표가 27일 취임 첫 일성으로 ‘민생경제 회복’을 밝혔다. 역대 최악의 고용 쇼크와 최저임금 논란 등 잇따라 불거진 경제 이슈로 정부 여당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론을 포함한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나 해법은 따로 제시하지 않아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李, “민생경제 회복”…대안 제시 안 해=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취임 이후 처음으로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2년차인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국정운영의 공동책임자로서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용·소득분배지표 악화 등 민생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는 상황에서 여당 대표로서 정부와 함께 경제회복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발언이다. 실제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용악화와 소득주도 성장 논란 등의 여파로 56%까지 떨어지며 주간 기준 3주 연속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공약이기도 한 ‘민생경제연석회의’를 서둘러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과 노동자·정부·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회의체를 구성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뒷받침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성장을 함께 이끌어가도록 민생을 챙길 것”이라고 역설했다.
◇“소득성장과 혁신성장 같이 가야”=이 대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을 의식한 듯 문희상 국회의장과 만난 자리에서는 “소득주도 성장만 하면 탄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혁신성장과 함께 가야 한다”며 “고위 당정협의회 정례화를 통해 민생경제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이 대표는 문 대통령의 중점 추진사항이자 경제계 최대 현안 중 하나인 규제혁신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야 4당 지도부를 모두 예방하며 또 다른 과제인 야당과의 협치에도 시동을 걸었다. 지난 25일 당선 수락 연설을 통해 여야 5당 대표 회담을 제안했던 이 대표는 이날 야당 지도부를 직접 만나 회담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입법 지원하기 위해서는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박정희 묘역 참배, 野에 협치 메시지=이 대표는 이날 첫 행보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도 함께 참배하며 보수 야권에 통합과 협치 메시지를 보냈다. 이 대표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예전에 청와대에 계실 때 당정청 회의를 많이 했지 않느냐. 그런 마음으로 하시면 될 것 같다”며 남다른 인연을 과시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이 대표와 김 비대위원장은 각각 국무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에 김 비대위원장은 “그때는 당정청 회의지만 이제는 여야 간 대화를 더 해야 할 것 같다”며 소득주도 성장을 비롯한 경제문제에 대한 여야 간 시각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위 당정청 협의회 정례화=이 대표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정의당 지도부와도 잇따라 만나 대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다만 이 대표가 ‘민주당 집권 20년 플랜’을 공식화하고 있는 만큼 곳곳에서 야당과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는 유기적인 당정청 협력도 강조했다. 그는 “당정청 협력을 보다 강화하겠다”며 “이번주에 가능한 고위 당정청 협의를 갖겠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전날 이낙연 총리,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만나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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