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젊은이들의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이 급증하면서 청년부채 문제가 미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낮은 실업률과 증시호황 덕에 당장은 청년부채 문제가 수면 아래에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주택거래 둔화, 혼인·출산율 저하를 초래하는 강력한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미국의 학생부채 누적액이 갈수록 늘어나며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최대 골칫거리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학생부채 누적액은 올 1·4분기 1조5,210억달러를 기록해 처음으로 1조5,000억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2·4분기에는 1조5,318억달러로 불어난 상태다.
비싼 등록금과 주거비로 일단 빚더미에 오르면 거기서 내려오기는 쉽지 않다. 미 교육부에 따르면 학사학위 취득자들은 1인당 평균 3만500달러의 학자금 부채를 지고 있다. 지난 1995∼1996학년도 대학 입학생 가운데 20년이 지나 학자금 대출을 다 갚은 사람은 38%뿐이다. 2003∼2004년에 대출 상환을 시작한 대졸자 중 12년이 지나 대출을 다 상환한 사람은 20%에 그쳤다.
학생부채가 모기지(주택담보) 대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소비자부채 문제로 떠오르면서 미 연준도 이 문제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3월 의회에 출석해 “학자금 대출이 계속 늘어나면 성장을 저해할 것이 분명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연체율이 다소 줄었지만 이는 호황에 따른 일시적 착시현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올 2·4분기 학생대출 연체율은 고용시장 호조에 힘입어 12년래 최저인 8.8%에 그쳤지만 이자를 포함한 절대 상환액은 줄지 않아 경기가 꺾이면 언제든 터질 지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오는 2023년까지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최대 40%가 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려가 커지면서 미 정부는 단기상환액 기준을 낮추는 방식으로 채무조정에 나섰지만 대출이자율은 그대로여서 중장기적인 상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컨설팅사 인터내셔널에프시스톤의 빈센트 델루아드 연구원은 “밀레니얼 세대의 상당수가 나라 경제에 기여하기도 전에 파산으로 내몰릴 수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미 경제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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