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7일 4개 야당 지도부를 모두 예방하는 일정으로 취임 후 첫 행보부터 ‘협치’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25일 당선 수락 연설을 통해 일찌감치 ‘5당 대표 회담’을 제안한 이 대표는 이날은 야4당 지도부를 직접 만나 대표 회담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문재인 정부의 민생·개혁과제 수행을 원활하게 뒷받침하려면 여소야대 지형이라는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만큼 야당과의 협력을 강조한 행보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처음으로 주재한 이후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났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국무총리와 대통령 정책실장을 맡아 함께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한 경험이 있다. 이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어제 (통화에서) ‘여야 간 협의를 잘 해서 법안 처리에 노력해 달라’고 말씀하셨다”면서 “당선 인사말에서 ‘5당 대표가 조건 없이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좀 하자’고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 있어선 여야가 있을 수 없다”면서 이 대표가 제안한 여야 5당 대표 회동에 대해선 “가능한 한 서로 협의할 것은 협의해야 한다. 다만 기본적인 경제정책에 있어 서로의 생각이 상당히 달라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저희 나름대로 얘기를 할 기회가 있지 않겠나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함께 일한 경험도 화두였다. 이 대표는 “예전에 청와대에 계실 때 당·정·청 회의를 많이 했지 않느냐”며 “그런 마음을 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때는 당·정·청 회의지만, 여야 간 대화를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또 “대체로 우리 당에서 의견이 ‘(이 대표가) 대표님 되실 것이다’ 하고 있었다”며 “워낙 정책적 혜안과 결단력이 있으시니까 여러 가지 변화가 있지 않겠나 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 대표는 앞서 이날 아침 서울 동작구의 국립현충원을 찾아 김대중·김영삼·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참배하며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민주당 대표가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지난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를 맡았을 때가 처음이다. 이 대표는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두 분 대통령(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은 제가 처음으로 참배했다”며 “분단 70년을 우리가 살아왔는데, 이제 분단시대를 마감하고 평화와 공존의 시대로 가는 길목에 있다. 그런 차원에서 두 분에게도 예를 표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배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또 김 위원장 예방 전에 국회의장실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을 먼저 만났다. 문 의장은 “소득주도성장이란 말의 원천인 포용적 성장을 내가 제일 먼저 쓴 사람인데 경제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오는 현상들이 국민 가슴이 아직 와닿지 않아 민생 문제에서 국민이 어려운 것 같다”며 “그런 의미에서 여당 대표로서 간과하지 말고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의장은 또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여야 방북 추진에 더해 중국, 러시아 등을 여야 5당 대표가 방문할 경우 국회가 지원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전했다. 이 대표는 “(민생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당정 협의회를 정례화해 논의할 필요가 있는데 어제 (만찬 회동에서) 총리도 정례화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당대표 선거전에서 당·정·청 협력을 강조한 이 대표는 전날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만찬 회동을 하며 국정 현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 기자들에게 “당·정·청 관계를 원활하게 잘 풀어가자는 얘기를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오후에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윤소하 원내대표를 차례로 찾을 예정이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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