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갑자기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보류 발표 후 오늘 전화 문의가 줄어들었습니다. 몇몇 매수인만 넌지시 혹시 호가가 떨어졌나 묻는 정도이지. 이제 본격적으로 눈치게임이 시작됐다고 봅니다” (여의도동 S공인 대표)
“박 시장 발표 후 호가 조정 의사가 있는 매도인들이 전화가 올까 해서 먼저 연락을 안 하고 있는데, 전혀 반응이 없네요. 마스터 플랜 미뤄진 정도로는 가격이 떨어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산천동 장영(서경 부동산펠로) 삼성공인 대표)
여의도와 용산 부동산 시장이 혼돈에 휩싸였다. 겉으로는 별다른 현상 없이 평일과 같지만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 머릿속으론 각자 셈법에 들어갔다.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기습적인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전면 보류 발표를 두고 매수인은 호가 조정을 기대하는 반면 매도인은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다만 ‘박원순발(發)’ 개발 호재가 거둬져도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때처럼 여의도와 용산 일대가 급락을 겪진 않을 것이라는 게 현장의 공통된 전망이다.
27일 여의도, 용산 부동산중개업소 현장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평소와 같이 방문한 손님에게 매물 소개를 하고 있었다. 다만 서울시의 마스터 플랜 보류 후 매도인과 매수자가 눈치싸움에 돌입해 매물 품귀현상은 지속됐다. 매수세는 크게 줄지 않고 매도인은 아직은 ‘취소’가 아닌 ‘보류’이기 때문에 급하게 거래하려는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중개업자는 하루 빨리 계약 건에 대해 중도금, 잔금 일자를 앞당기는 중이다. 이달 초 국토부와 서울시의 부동산중개업소 단속 첫 타깃이었던 용산역 일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8월 초 서울시가 마스터 플랜 발표 후 직접 중개한 거래만 일주일 사이 3건이 해약됐다”면서 “더이상 집주인과 매수자가 서로 아쉬움에 감정 싸움을 하지 말고 거래를 마무리하도록 잔금일을 당기자고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 산천동 리버힐 삼성 아파트 전용 59㎡가 올해 1월 5억7,000만원에서 8월 들어 8억원까지 뛰어올랐다. 한달 전만해도 7억2,000만원이었던 계약 가격에서 더 오를 것 같으니 계약금 7,000만원의 두배 위약금 1억4,000만원을 주고도 해약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원효로2동 S부동산 대표도 “용산이라는 이름에 프리미엄이 생기니까 지방에서도 올라와 아파트는 아니더라도 작은 빌라 한 채라도 사려고 한다”면서 “용산구 용문시장 주변은 정비구역이 지정되지 않은 곳도 이미 대지지분을 쪼개기 위한 소형빌라 분양이 성황”이라고 전했다. 산천동의 S공인 대표는 “마스터 플랜을 미뤘다고 해도 언젠가는 할 것이란 의미”라면서 “무리한 ‘사자세’는 줄겠지만 아직 수요가 많아 가격이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마스터 플랜 발표 후 호가만 급등하고 매물이 매말렀던 상태에서 현재도 여전히 가격 조정 기미는 없었다. 여의도동 S공인 대표는 “마스터 플랜 보류 후에도 여전히 매수 대기자는 줄 서 있다”면서 “예전에 매수 문의 10명 중 8명이 기다리고 2명이 매매했다면 결정하는 사람 수가 줄어든 것일 뿐 근본적으로 공급이 부족해 간헐적인 거래가 여전히 시세가 된다”말했다. B공인중개 관계자도 “별다른 영향 없이 평소처럼 매매 문의가 많다”며 “오세훈 시장 때 학습효과로 본래 큰 기대 없이 장기 투자를 고려한 집주인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가격 조정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여의도동 S공인 대표는 “정부의 목표대로 과열은 가라앉겠지만 여의도는 급등이라고 해도 실거래가 없던 상황이라 집주인과 매수대기자의 관망세가 더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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