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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쌍둥이, 서술형 문제까지 ‘바뀐 오답’ 적어내…교육청, 경찰에 수사의뢰

서울시교육청, 문제유출 논란 특별감사 결과 발표

교장·교감·교무부장 중징계 요청 및 경찰 수사의뢰

자녀 다니는데 시험 출제 업무…“관행이라 괜찮았다”

쌍둥이 자녀, 11문제에서 ‘정정 전 오답’ 적어

개연성 있지만 물증 확보 실패…"수사기관에 맡겨"

고등학교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쌍둥이 자녀에게 학교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이 해당 학교 교장과 교감, 교무부장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또 쌍둥이 자매가 ‘정정되기 전 정답’을 서술형 문제 포함 9문제에서 적어 내는 등 시험문제 유출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해당 사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6~22일 실시한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에 대한 감사 결과를 29일 발표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쌍둥이 자녀는 문·이과로 나뉘기 전인 지난해 1학년 2학기 수학과목 시험 중 1문제에서 시험 후 정답이 정정된 문제의 ‘정정 전 정답’을 똑같이 적어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2학년부터 문·이과로 자매가 갈리면서 같은 시험 문제를 풀 일은 없어졌지만, 문과 자녀는 3문제, 이과 자녀는 5문제에서 ‘정정 전 정답’을 각각 냈다. 해당 시험에서는 총 11문제에서 오답 정정이 이뤄졌는데, 두 자매는 이중 9문제에서 정답으로 바뀌기 전의 ‘오답’을 적어 냈다. 이중 이과 화학 문제 중에는 공식과 답을 수기로 적어내야 하는 서술형 문제도 포함됐다.

쌍둥이 자매의 성적이 차순위 학생들과 월등히 차이난다는 점도 ‘수상한 점’으로 지목됐다. 성적 경쟁이 치열한 이 학교에서 상위권 학생들의 점수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문·이과에서 전교 1등을 차지한 두 자매의 성적은 전교 2등 학생과 평균점에서 각각 1.9점, 2.6점 더 높았다. 하지만 전교 2등부터 10등까지의 학생들 간 성적차는 ‘도토리 기재기’ 수준이었다. 또 자매의 지난 3월 모의고사 결과가 전교 1등의 성적이라기엔 비교적 ‘좋지 않은’ 수준이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다만 감사팀은 “문제 유출의 개연성이 있지만 감사로는 이를 밝힐 수 없었다”고 했다.

교무부장 교사인 A씨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닐 예정’이라는 사실을 미리 학교에 알렸지만 학교 측이 “관행적으로 괜찮다”며 무시한 정황도 파악됐다. A씨는 2016년 3월 교무부장으로 임명되자 교감 B씨에게 ‘내년에 자녀가 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B씨는 “직전 교감도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녔지만 아무 문제없었다. 믿는다”며 그대로 직을 맡겼다. 이 학교 교장과 교감은 감사 과정에서 “그 전에도 그랬었다. 관행이라 괜찮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고등학교 학업성적관리지침을 통해 학교 내 교원 자녀가 다닐 때 해당 교원은 자녀가 속한 학년의 종기고사 문항 출제 및 검토에서 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A씨는 2016~2017년 자녀가 속한 학년의 문제지와 정답지를 6회나 검토·결재했다. A씨가 “고사 서류를 1분 정도 봤다”고 해명했던 것과 다르게 실제로는 고사 담당교사가 수업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1시간 가량 단독으로 이 서류를 검토한 사실도 적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같은 감사 근거를 토대로 평가 관리의 공정성을 훼손한 책임을 물어 교장과 교감 B씨, 교무부장 A씨에 대해 ‘정직’ 중징계를 재단 이사회에 요구했다. 또 A씨에게 고사 서류 검토·결재를 부탁한 고사 담당교사 C씨에게 경징계(견책)을 요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무부장이 고사 자료를 유출했을 개연성이 있지만 감사로는 이를 밝힐 수 없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서울시교육청은 고사 보안관리 현황을 전수점검·장학하는 등 정기고사 관리의 전반적 점검 및 비리예방에도 나설 방침이다. 또 후기고 학생 배정 때 사전신고 제도를 강화해 교직원 자녀가 부모와 같은 학교에 재학하지 않도록 제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4대 비리 중 하나인 학업성적 관련 비리는 엄중 조치하고 공익제보된 건에 대해서는 철저한 감사를 통해 학업성적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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