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터키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강등하고 터키 정부의 부채가 1조리라(약 174조 3,200억원)를 넘겼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터키 경제의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무디스는 28일(현지시간) 터키 금융기관 20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미국의 관세 폭탄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충격으로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가 연초 대비 40% 폭락하며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능력이 악화됐다는 이유에서다. 4개 금융회사의 신용등급은 두 단계 내려갔으며 나머지는 한 단계씩 낮아졌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무디스와 또 다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리라화 가치 하락과 국가 부채위기를 이유로 터키의 국가 신용등급을 각각 Ba2와 BB-에서 Ba3와 B+로 한 단계씩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일간 휴리예트에 따르면 전날 터키 재무부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터키 정부의 총부채가 전년 동기 대비 23.5% 늘어난 1조123억리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체의 43%를 차지하는 외화표시채권의 부채 규모가 리라화 가치 하락으로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터키중앙은행이 13일 지급준비율 인하 등 환율방어 정책을 쏟아내면서 잠시 한숨을 돌리는 듯했던 리라화 가치는 이날 불거진 악재에 다시 하락했다. 이날 리라화 가치는 장중 전날보다 3.23% 떨어져 달러당 6.4820리라에 거래됐다.
터키 위기가 고조되자 일각에서는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터키에 대한 금융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독일 고위관료를 인용해 독일이 터키에 대한 긴급 금융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 안건이 다음달 28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일 방문 때 공식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독일이 어떤 형태로든 터키를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터키 경제가 무너지면 터키를 거쳐 유럽 본토로 들어오는 난민을 통제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터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고 독일의 상위 16번째 수출국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블룸버그는 다음달 양국 재무장관이 기업 수출금융 등 간접적 지원책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도 지난달 27일 “가능한 모든 레버리지를 활용해 터키를 돕겠다”며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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