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을 대규모 ‘도시재생 뉴딜’ 사업지 선정에서 배제한 배경에는 용산·여의도 개발의 학습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추진이 서울의 집값 상승에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도시재생 추진이 집값 상승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 선정된 소규모 대상지도 이상 과열 현상이 감지되면 즉시 사업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도시재생 뉴딜은 재개발·재건축 등 전면 철거방식의 기존 정비사업에서 벗어나 도시의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도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을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 가운데 하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도시재생 뉴딜이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며 “이 같은 점이 사업지 선정에서부터 고려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31일 회의를 열어 서울에서 일반근린형 2곳과 주거지지원형 3곳, 우리동네살리기 2곳 등 소규모 사업지 7곳만 도시재생 뉴딜 사업지로 선정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앞으로 동네 주차장과 소형 도서관 등 공용시설을 만들고 소규모 재건축 등을 통해 정주 환경을 개선하는 등의 정비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반면 동대문구 장안평, 종로구 세운상가, 금천구 독산동 등 3곳은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서 제외됐다. 이들 사업지는 경제기반형·중심시가지형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사업으로 많게는 조원 단위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었다.
실제로 장안평 도시재생은 답십리동과 장안동 일대(50만8,390㎡)에서 중고차 매매센터 등의 현대화를 통해 도시를 바꾸는 프로젝트다. 내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 총 4조1,535억원이 들어갈 예정이었다. 세운상가 프로젝트(43만9,356㎡)도 2023년까지 1조6,632억원의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기존 공간을 문화복합시설 등이 어우러진 복합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는 목표였다. 현재 동대문구와 종로구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정책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었다.
소규모 사업지도 정부가 고심 끝에 선정했다. 다만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 이상 과열 현상이 감지되는 즉시 국토교통부는 사업 중단 등의 조치를 단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재 한국감정원과 함께 이들 지역에서 ‘동 단위’로 시장 동향을 분석하는 중이다. 김이탁 국토부 도시재생기획단장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는 경우 사업 선정을 취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는 또 고가 거래 사례 및 실거래가 의심 사례에 대한 실태조사에도 착수했다. 특히 최근 3.3㎡당 1억원 이상 거래된 반포동 일대를 집중적으로 본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현장 점검반 등을 통해 시장 교란행위들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이날 광명시와 하남시를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광명과 하남이 8·27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됨에 따른 것이다. 이에 광명시와 하남시에서 향후 분양하는 아파트의 가격이 최근 1년간 인근 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분양가나 매매가격의 110%를 넘게 되면 HUG는 분양보증을 서지 않는다. HUG는 조정대상지역이 된 구리시, 안양시 동안구 및 광교신도시 등에서도 분양가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이다./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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