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8개월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엄마가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3부(송승훈 부장판사)는 31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38·여)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검찰은 애초 A씨를 살인죄로 기소했다가 재판 과정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아동학대치사죄를 예비적으로 추가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론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며 “피해자를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한 부분만 인정해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범행 당시 다이어트약 복용으로 인한 우울 장애를 앓아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A씨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진료 기록을 보면 A씨가 수년에 걸쳐 같은 약을 복용하면서 우울증을 호소한 적은 없다”며 “피해자가 죽은 뒤에도 인터넷에 신생아 폭행 사망 사건을 검색하는 등 범행 당시 사물 변별 능력이 없는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나이 어린 피해자는 방어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죽기 직전까지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고 소중한 생명도 잃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숨진 뒤에도 시신을 은닉하고 입양을 검색하는 등 범죄를 숨기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불우한 유년 시절을 겪은 피고인이 홀로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사 스트레스로 우발적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또 피고는 범행 당시 심신미약까진 아니지만 만성 우울증이었던 것으로 진단됐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올해 새해 첫날 오전 11시 30분께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생후 8개월 된 아들 B군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초 A씨는 범행 전에도 아들을 버리려다가 들통나 경찰에 입건됐고, 어쩔 수 없이 양육하던 중 미움이 쌓여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들이 숨진 뒤에는 집에 자주 오던 사회복지사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아들 또래의 아기를 입양하려 하기도 했다. 또 숨진 아들의 시신을 이틀간 방치하고 12일간 아파트 베란다에 숨긴 것으로 조사됐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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