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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한 전 대법관 압수영장 또 기각…검찰 “강제수사 말라는 것”

지난해 3월9일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청사 4층 회의실에서 전국 법원장 간담회를 주재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법원행정처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또다시 무더기 기각됐다. 검찰 측은 법원이 사실상 전현직 법원 관계자에 대한 강제수사를 가로막는다며 강력 반발했다.

3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전날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실, 청와대 비서관실, 고용노동부 등 관련자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소송에 법원행정처가 개입한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법원은 일부 전산등록자료를 제외한 대부분의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고 전 처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것은 외부에 드러난 것만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 영장 심사를 맡은 이언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실에 대해서는 “임의제출 가능성이 크다”는 사유로 기각했다. 또한 청와대 비서관들은 “이메일을 이용했을 개연성이 크므로 장소 압수수색이 필요 없다”, 노동부는 “노동부 같은 공무소에 대한 압수수색은 임의제출이 먼저 이행돼야 한다”며 기각 근거를 댔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노동부 영장 기각에 대해선 “(이언학 판사는) 외교부에 대해서는 사전에 임의제출 요구를 하지 않았는데도 영장을 발부했고, 그 후 압수수색으로 핵심 증거를 다수 확보한 바 있다”며 “같은 영장판사가 노동부에 대해서는 전례 없이 임의제출 요구를 선행하라는 조건을 내세운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기각사유에 대해서도 “‘이메일로 자료를 주고받았을 것’, ‘재판연구관실 정보가 인멸될 가능성은 없다’ 등 근거 없는 주관적 추측과 예단으로 영장을 기각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반발했다. 검찰은 “법원이 어떤 이유로든 법원 핵심 관계자들 등에 대한 강제수사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보인다”라며 질타했다.

검찰은 앞서 노동부 관계자들로부터 노동부가 2014년 10월 8일 대법원 재판부에 접수한 재항고 이유서를 청와대로부터 전달받아 제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청와대가 소송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법원행정처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의심할 만한 단서도 일부 나왔다.

이에 검찰은 지난 23일 고 전 처장과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으로 근무한 전·현직 판사 자책과 사무실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25일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자료의)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다’ 등의 이유를 들어 영장을 무더기 기각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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