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4분기 우리 국민의 실질소득이 하위 60%는 줄고 상위 40%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소득 불평등 심화라는 쓰디쓴 화두를 던졌다. 정부가 아무리 최저임금을 올려 소득 불평등을 개선하려고 안간힘을 써도 이미 경제 계층 이동은 거의 불가능해 보일 뿐 아니라 오히려 불평등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더 이상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우리가 불평등 심화의 악순환에 처했기에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18’은 간과하기 어려운 책이다. 이 책은 ‘21세기 자본론’ 이후 불평등이 가장 중요한 경제 이슈임을 인식한 토마 피케티, 파쿤도 알바레도 등 100여 명의 경제학자들이 거의 모든 나라의 소득, 자산 불평등 데이터를 수집해 작성한 보고서로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소득 불평등이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낱낱이 보여준다.
한 마디로 소득 불평등은 현 시대 글로벌 경제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21세기 자본론’을 통해 피케티가 자본소득 성장이 노동소득 성장보다 크기 때문에 노동소득만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자본소득이 많은 계층을 따라갈 수 없다고 밝혔듯이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18’ 또한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이전에 구하기 어려웠던 국가들의 데이터까지 총망라해가면서 소득 불평등의 숙명론을 입증해 나간다. 그 통계에 따르면 1980년 이후 세계 하위 50%의 소득은 제자리걸음이고, 상위 1%와 하위 50%의 소득 격차는 1980년 27배에서 현재 81배까지 벌어졌다. 불평등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글로벌 소득 분포에서 최상위 집단인 상위 1%에 주목했다. 1980~2016년 상위 1% 집단은 전체 소득 증가액의 23%를 차지했는데 이는 소득 하위 61% 인구의 소득 증가액과 같은 금액이다. 세금 등 정책이 확연하게 다른 서유럽과 미국의 불평등 격차에 대해서도 살폈다. 1980년대 두 지역의 불평등 정도는 비슷했지만, 지금은 극단적으로 갈렸다. 즉 1980년에 상위 1%의 몫은 전체 소득의 10%로 같았지만, 2016년 서유럽은 그 몫이 12%로 조금 늘어난 데 비해 미국에서는 20%로 치솟았다. 경제정책이 소득 불평등에 직결된다는 것을 방증하는 통계 결과인 셈이다.
더 나아가 저자들은 지금의 불평등 추세가 계속될 경우 전 세계 부(富)에서 최상위 1%의 몫은 현재 20%에서 2050년 24%로 증가하는 반면 하위 50%의 몫은 10%에서 8%로 줄어들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만약 모든 나라가 미국식 성장과 분배 방식을 택한다면 상위 1%가 챙기는 몫은 이보다 훨씬 더 증가해 불평등은 더욱 심화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책은 우리에게 닥칠 불평등의 모습을 세 가지 시나리오를 예측해 보여주며 나름의 대안도 제시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지금의 추세가 이어질 경우’ 즉 1980년 이후 나타난 국가 내 불평등 추세가 지속한다는 가정을 바탕에 둔다. 두 번째는 1980~2016년 미국의 경로를 좇는 경우로 글로벌 불평등은 극심하게 증가할 것이요, 세 번째는 유럽연합이 걸어온 성장과 분배 추세를 따라 글로벌 불평등이 완만하게 감소할 것으로 봤다. 따라서 글로벌 소득과 자산 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별 국가와 글로벌 차원에서 조세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권고사항이다. 또한 누진세를 불평등 증가를 완화하는 수단으로 본 저자들은 “누진적 세율은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이기는 하지만 열심히 일하고 사업을 일으키려는 뛰어난 인재들의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는 부작용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당부 또한 잊지 않는다. 2만2,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