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주 2,000억달러(약 222조6,8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국제 무역분쟁 해결기구인 세계무역기구(WTO) 탈퇴 의사까지 거론하며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서 미중 간 전면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3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진행하는 중국산 수입품 관세 관련 의견수렴 절차가 끝나는 오는 9월6일 이후 즉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참모들에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소비재를 포함한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기로 하고 공청회를 열어왔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한꺼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규모로 쪼개 단계적으로 매길 가능성이 있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관세부과 방침을 공표하고 발효는 뒤로 미룰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3차 관세 폭탄을 투하할 경우 중국 대미 수출액의 절반에 이르는 제품에 고율 관세가 적용된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출액은 1,304억달러,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5,056억달러였다. 앞서 중국은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에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WTO 탈퇴를 거론하는가 하면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도 시사하며 대중 압박 공세를 벌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그들(WTO)이 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WTO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각종 비관세장벽을 이용해 자국 기업 육성과 덤핑 수출 등을 하면서도 무역분쟁이 불거지자 제소 등으로 WTO를 이용하는 데 대한 불만의 표출이자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의 대중국 공세에 힘을 실어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미국이 WTO로부터 수년간 ‘매우 나쁜’ 대우를 받았다며 WTO 방식의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무역정책 강경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중국을 WTO에서 받아들인 것이 실수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WTO 탈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건설에 힘을 보탠 체계의 근간을 흔들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보다 세계 경제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이 내놓은 자동차 상호 무관세 제안 역시 “충분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무역 보복조치의 강도를 높이고 EU의 자동차 관세 철폐 제안도 사실상 거부하는 등 글로벌 무역전쟁에 전면적으로 나선 것과 관련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초강수를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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