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위기의 진원지인 아르헨티나가 3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세계 최고 수준인 60%까지 끌어올렸지만 페소화 가치가 바닥 없는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함께 위기의 진앙인 터키 리라화 가치도 이날 중앙은행 부총재 사임 소식으로 급락하며 시장의 공포심에 기름을 부었다. 신흥국 통화위기설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이날 24개 신흥국 통화 가운데 남아프리카공화국·인도·브라질 등을 포함한 20곳의 통화가치가 하락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관련기사 18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종전 45%에서 60%로 올렸다. 올 들어서만도 벌써 다섯 번째 인상으로 중앙은행은 최소한 연말까지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번 금리 인상은 전날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조기 집행을 요청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결정으로 연일 고꾸라지는 페소화 방어를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도 약발은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이날 페소화 가치는 전날보다 13.44%나 급락해 달러당 38.5327페소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이 연간 30%를 웃도는 등 경기 악화로 정부의 부채상환 능력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이탈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미 투자은행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에드워드 글로솝은 “높은 금리도 투자자들을 진정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IMF가 제시한 재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발 위기가 심화하면서 불똥은 인접한 남미국가들은 물론 신흥국 전반으로도 번지고 있다. 이날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대선 불확실성에 아르헨티나 경제위기 여파까지 더해 장중 한때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터키 리라화 가치도 이날 중앙은행 부총재가 사임할 것이라는 소식에 4.6% 급락했으며 남아공 랜드화도 달러화 대비 가치가 3% 넘게 하락했다. 인도 루피화도 변동성이 급증하며 달러당 70.7350루피로 마감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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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전문가들은 신흥국들의 경제위기가 자국의 정치·경제 불안에 더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로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위기의 시발점인 아르헨티나와 터키에서 주변국으로 통화가치 폭락 사태가 번지면서 외국인 자본이탈이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에릭 윙 피델리티인터내셔널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남아공과 브라질·인도네시아 등을 언급하며 “터키 리라화 폭락사태를 본 뒤 시장에서 다음은 어느 국가가 될지 묻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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