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를 타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있을 겁니다. ‘언젠가는 타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게 만드는 바이크요. 저는 BMW모토라드의 R1200GS처럼 시트고가 높고 무거워서 다루기 어려운 바이크들이 ‘언젠가는’ 리스트에 포함돼 있습니다. KTM의 슈퍼듀크라든가 혼다의 CB1100EX도요. CB1100EX는 높지는 않은데 무거워서 사이드 스탠드 올리고 바로 세우는 데도 좀 힘들더군요.
(아무도 안 궁금한데 또 시작...)
다행히 원래 취향 자체가 상대적으로 타기 쉬운 클래식 바이크들이다 보니 크게 아쉽지는 않아서 다행입니다. 왠지 이솝우화의 ‘여우와 신 포도’ 에피소드가 떠오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크흑…!!!
그런데 얼마 전, ‘언젠가는’ 리스트에 새로운 바이크가 추가됐습니다. 바로 지난 7월 국내에도 출시된 이탈리아 제조사 두카티의 ‘파니갈레 V4’입니다. 슈퍼바이크(잘 모름) 중에서도 고급진 이미지가 묻어나는 그런 바이크죠. 사실 모델명부터가 ABC-1200 이런 것보다 고급지지 않습니까. 파니갈레는 지난 1926년 두카티가 설립된 이탈리아 볼로냐 파니갈레라는 지명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정작 이탈리아 사람들이 들으면 어느 한 지방 도시 정도의 느낌일지도 모릅니다만, 그리고 실제로 가 보면 걍 시골(…)이라고도 합니다만 어쨌든 왠지 멋있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왜 뜬금없이 파니갈레 V4냐 물으시면(실제로는 아무도 안 물어봄), 시작은 지난 7월 말 두카티코리아의 매장 이전&파니갈레 V4 런칭 행사였습니다. 두카티 서울점이 도산대로에서 더 넓은 강북 장안동으로 이사하면서 겸사겸사 파니갈레 V4도 런칭했는데, 한 번 앉아보고는 딱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이 바이크를 타볼 날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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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격부터가 장벽이긴 합니다. V4가 3,380만원, V4 S는 4,350만원이니까요. 근데 가격이 아니더라도 아직 모자란 저의 실력이 걸립니다. 양산형 모터사이클 중 가장 강력한 출력(214마력·1만3,000rpm)을 자랑하는 슈퍼바이크로 두카티 최초로 V4 엔진을 탑재했다는 점, 코너링ABS·트랙션 컨트롤(DCT)·퀵시프트 등 첨단 사양이 도입됐다는 점, 지난해 밀라노 모터사이클쇼(EICMA)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터사이클로 선정됐다는 점 등등 여러모로 대단한 바이크이기도 합니다. 이거 타다가 넘어뜨리면 정말 너무 심하게 가슴이 아플 것 같더군요.
그래서 그런가보다 하던 차에 오는 9월 15일 강원 인제스피디움에서 두카티 트랙데이&파니갈레 V4 S 시승 행사를 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갑자기 타볼 수 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일단 시트고가 830㎜, 건조중량은 195㎏으로 그럭저럭 괜찮은 스펙입니다. 제 듀크390이 시트고 830, W800은 무게가 210㎏이라 저 정도는 감당할 수 있거든요. 물론 아직도 가끔(‘정말 드물게’라고 강조하는 바입니다) 제꿍은 하지만요.
하지만 이리저리 저의 실력을 아는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한 결과 이번 시승은 깨끗하게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저속 토크가 없는 바이크(!!;;)’라는 표현에 마음을 내려놓게 되더군요. 아무리 서킷에서 안전하게 탄다 해도 ‘간신히 탄다’는 것 자체에 매달려야 되는 상황이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저는 올 가을에는 파니갈레 V4를 상상하면서 라이딩 스쿨에서 실력을 쌓을 계획입니다. 월급이 축나겠지만 그냥 타고 놀러다니는 데 만족하기도 싫으니까요. 그러니까 두카티 오너분들은 저 대신 인제 시승행사 많이 다녀오시고 소감 좀 올려주시길 바랍니다. 다음 번 두유바이크에서 다시 만나요!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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