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는 각종 부동산 대책들은 주거용 부동산, 특히 아파트에 집중되고 있고 언론 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주거 문제가 국민의 기본권에 해당하기도 하고 아파트 거래량이 연간 120만건(2017년 기준)으로 단일 물건 중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이 주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 외에 토지와 건물도 연간 170만건이나 거래되고 있고 거래 규모도 197조원에 달한다.
아파트의 경우 각종 포털 사이트 및 부동산 정보 업체, 스타트업, 금융권 등에서 경쟁하듯이 호가와 실거래가·시세를 분석하고 가격 외의 각종 정보를 정형화해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토지·건물의 경우 규격화가 어렵기 때문에 그런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개별성이 너무 강하고 입지 등에 따라 가격과 용도가 달라 쉽게 정량화된 정보로 변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은 토지·건물 시장의 가격 정보가 대중화하지 못하고 불균형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아파트는 PC나 휴대폰으로 각종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토지나 건물 정보를 확인하려면 일반인들은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는지조차 막막하다. 이 같은 정보의 단절 및 폐쇄성은 일부 유통 채널 및 정보(매물)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의한 시장의 왜곡이나 호가 위주의 거래 관행을 조장해 결국 매도자와 매수자·정부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기획부동산이 난립해 개발할 수 없는 토지를 판다거나 땅을 매각하기 위해 ‘현 위치 토지 매매’라고 적힌 현수막들이 곳곳에 걸려 있는 모습을 떠올린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일반인들이 그나마 참고할 수 있는 자료는 부동산 업체에서 제공하는 기존의 거래 사례나 공시지가 정도다. 그러나 공시지가는 실제 거래시세와는 차이가 나고 해당 지역의 경매 감정평가가액이나 낙찰가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가 없는 경우가 많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공시가격의 현실화 논란도 결국 토지·건물 가격 정보의 폐쇄성 및 불균형에서 근원을 찾아야 할 것이다. 논란이 시작된 김에 투명한 시장 형성과 합리적인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보다 다양한 토지·건물 관련 거래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 이를 통해 전문·민간 업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시장을 열어주고 투명한 정보를 기반으로 올바른 시장질서와 안정적인 부동산 시장을 구축해나가는 것이 정부가 추구하는 정의롭고 합리적인 부동산 시장 형성에 보다 빠르게 다가가는 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