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직접생산증명제도’를 악용해 전국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조형물 등 설치공사를 수주하는 등 비리를 저지른 업체 대표와 공무원, 교수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창원지방검찰청 형사3부(부장검사 윤병준)는 조형물 제작업체 대표 A씨(48)를 판로지원법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사기 등 혐의로, 창원경륜공단 직원 B씨(44)와 부산 동구청 공무원 C씨(47)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또 입찰제안서 평가 관련 공사업체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평가위원인 대학교수 7명과 또 다른 조형물 제작업체 대표, 자전거 보관대 제작업체 대표 등 13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일반 사무실을 생산 공장인 것처럼 가장해 ‘직접생산확인증명서’를 발급 받아 23건의 공사를 수주해 150억원 상당을 납품, 55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다.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조형물 등 설치공사 입찰에 참여했던 A씨의 업체는 제품을 직접 생산할 것처럼 계약 담당 공무원을 속여 수주 받았으며, 이 공사를 영세한 중소기업에 재하도급해 공사대금 37% 정도를 가로챘다. 다른 조형물 제작업체와 자전거 보관대 제작업체도 이와 유사한 수법으로 2015년부터 올해까지 각각 126억원과 9억원 상당을 부당하게 챙겼다.
검찰은 사업 내부정보를 제공하고 입찰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공사 수주 업체로부터 창원경륜공단 직원 B씨는 1,950만원을, 부산동구청 공무원 C씨는 2,050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문제가 된 직접생산증명제도는 건실한 소규모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중소기업자간 공정한 경쟁을 담보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중소기업에만 입찰참가 자격이 부여된다. 관급공사의 수주 과정은 보통 입찰공고, 입찰, 평가위원선정, 심사평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협상 및 계약체결 순으로 진행된다.
입찰제안서를 심사평가하는 평가위원인 교수 7명은 해당 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높은 점수를 달라는 청탁과 함께 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 이들 가운데 대구·경주지역 교수 2명은 300만원을 포함해 2,000만원 이상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직접생산확인증명서 현장 실태조사가 조사 담당자와 업체간 결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관련 기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창원=황상욱기자 so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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