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의 방북 하루 전인 4일 북한이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미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취소에도 침묵을 지켜온 북한이 특사단의 방북 하루 전 ‘야만행위’ 등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낸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북남관계를 가로막는 것은 미국의 앞길을 막는 것이다’라는 제목의 개인필명 논평을 통해 “조선반도를 바라보는 미국의 눈빛과 표정이 어둡고 이지러져 있으며 북남관계를 대하는 태도에서는 쌀쌀한 기운이 풍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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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판문점 선언을 미국이 강요하는 ‘제재’를 준수하기 위한 ‘서약서’ 같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북남관계가 미국의 이익을 침해라도 했단 말인가, 북남협력이 한미동맹에 균열을 내기라도 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북남관계의 얽힌 매듭이 풀리면 미국에게 좋으면 좋았지 나쁠 것이 없다”며 “북남 사이에 힘겹게 마련된 오솔길마저 막으려 드는 것은 미국의 거동을 더욱 불편하게 만들 뿐”이라고 경고했다. 노동신문은 “북남관계가 열릴수록 미국의 앞길이 트이고 다른 나라 다른 민족의 일이 잘될수록 미국의 일도 잘 펴이게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미국의 사고가 대하처럼 트이고 초대국다운 여유를 보인다면 지금보다는 미국의 처지도 나아지고 세계도 훨씬 편안해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북한은 미국을 비난하는 한편 남한 정부에는 ‘우리 민족끼리’를 역설했다.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논평을 내고 “판문점선언을 이행하는데서 그 누구의 눈치를 보아서는 안되며 모든 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풀어나가야 한다”며 “외세의 강압에 눌리워 제 할바도 못하고 외세에 의존하게 되면 북남관계가 파국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은 지나온 역사가 보여주는 심각한 교훈”이라고 평가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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