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메가 히트를 기록한 노래 ‘김밥’, ‘대화가 필요해’의 그룹 ‘더 자두’ 출신의 강두가 배우 생활을 시작한 지 약 12년 만에 주연 배우로 스크린을 채웠다.
음악 영화 ‘대관람차’(감독 백재호, 이희섭)는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며 조금 괜찮아지는 이야기를 담은 슬로우 뮤직 시네마로 보드카 레인의 주윤하, 일본의 인디 뮤지션 스노우까지 한일 양국의 뮤지션들이 함께했다. 강두는 업무차 방문한 오사카에서 충동적으로 회사를 관둔 후,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우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강두의 목소리로 ‘우주’가 친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과 루시드폴의 음악이 관객들에게도 소소한 위로를 선사한다.
강두에게 ‘대관람차’는 “진정한 시작”을 의미했다. 그는 “너무도 잘하고 싶었고, ‘내가 과연 100분을 혼자서 잘 끌어 갈 수 있을 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무사히 안주했어요. 이젠 좀 더 제대로 달려야죠.”고 주연 소감을 전했다.
‘대관람차’ 속 강두는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어간다. 한마디도 하지 못했던 일본어 대사를 외우기 위해 상상 이상의 노력을 쏟았다. 더 나아가 마른 체형의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평소 좋아하는 술도 끊고 캐릭터를 위해 비주얼에도 변화를 줬다. 3주 만에 무려 15kg이나 감량에 성공했다.
‘대관람차’와의 인연은 영화 ‘형’에 함께 출연한 배우 지대한의 추천에서 시작됐다. 감독에게 “애 괜찮더라. 한번 만나볼래?“ 라고 제안한 지대한 배우의 한 마디에 미팅이 성사됐다. 강두 역시 미리 받아 본 대본이 좋아 작품에 끌렸다고 했다.
“대한 선배에게 연락을 받고 받아 본 대본이었는데 너무나 재밌게 읽었다. 어떤 꿈에 대한 이야기, 음악에 대한 열정 등 저와 공통점이 많은 캐릭터라 되게 하고 싶었다. 또 큰 역할은 처음이라 ‘내가 언제 주인공을 해보겠어’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강두 캐스팅이 결정되기 전 주인공 ‘우주’의 비중은 40% 정도였다. 하지만 곧 90% 이상으로 남자 주인공 분량이 커졌다. 백재호 감독은 “그 역할을 맡은 사람을 보면서 시나리오를 쓰는 편인데, 현실에 존재하지 않아 형체가 불분명했던 시나리오 속 ‘우주’가 강두라는 사람과 만나서, 다른 이가 대신할 수 없는 강두만의 ‘우주’가 완성되었다”고 강두에게 공을 돌렸다.
이희섭 감독 역시 “시나리오상의 ‘우주’는 특별한 캐릭터라기보다는 길을 잃고 누군가(대정과 동전)에게 의지하며 살아온 30대의 평범한 남자였다. 크랭크 인 전, 한 달 남짓 오사카에서 같이 지내며 강두가 캐릭터 분석을 하면서 우리 두 사람의 말투나 행동을 관찰했다고 했다. 백재호 감독과 저 두 사람의 성격과 자유롭고 순수한 강두 본래의 성격이 합쳐져 지금의 ‘우주’가 표현된 것 같다. ”고 전했다.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은 그이지만, 부담감 역시 동시에 커졌다. 그는 “책임감과 압박감이 극심했다”고 털어놓았다.
“너무나 커진 분량에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감독들의 명확한 세계관, 그 세계관을 정확히 이해해서 연기로 보여주는 사람으로서,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어떤 자극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2명의 감독들과 의기투합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나눴다. 그러면서 작품을 끌고 가는 배우로서의 부담감도 조금이나마 털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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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람차’에서 강두는 영화 속 거의 모든 대사를 일본어로 소화했다. 영화 배경이 일본 오사카인만큼 오사카에서 100% 현지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일본어를 하나도 할 줄 몰랐던 강두는 닥치는 대로 일본어 대사를 외웠다고 했다. 말하듯이 하는 일본어 대사 연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그는 “체중을 감량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일본어 연기가 익숙해지는 것에 공을 들였다.”고 그간의 노력을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인들이 어떻게 발음하는지 듣고 연기적으로 외웠다. 대사를 못 외우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며 “일본어 연기가 어색하지 않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힘을 얻었다”며 웃었다.
부천 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영화 ‘대관람차’를 처음 본 그는 “꿈을 이룬 것 같았다”는 벅찬 소감을 남겼다.
“사실 과연 이 영화가 개봉할 수 있을지 조차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관객들과 만난다니 꿈만 같더라. 흥행 여부를 떠나 편하게 볼 수 있는 ‘힐링 영화’로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한다. 지친 이들에게 작은 ‘위안’을 줄 수 있고, 관객분들에게도 그런 경험이 됐으면 좋겠다”
지난 2001년 혼성 그룹 ‘더 자두’로 데뷔한 강두는 ‘김밥’, ‘대화가 필요해’ 등 히트곡들을 남긴 가수로 더 잘 알려져 있다. 2005년 ‘안녕, 프란체스카’를 통해 연기를 시작해 ‘궁S’, ‘장난스런 KISS’, ‘완벽한 아내’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새로운 인생을 열었다. 그는 “배우를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며 배우 활동을 계속 하고 싶은 의지를 피력했다.
“뭘 이루기 위해서라기보단, 제가 행복하기 위해서 배우 일을 하고 싶었다. 연기 할 때 그 순간이 즐겁다. 여전히 ‘내가 배우인가?’라고 물어보면 아직은 어색한 게 많다. 그래서 연기자라고 말하고 있다. 아직 배우라는 말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우’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은 날이 올 때까지 하고 싶다. ‘배우’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강두의 차기작은 ‘성혜의 나라’이다. 영화 속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성혜의 남자친구 승환으로 열연한다. 그는 ‘대관람차’의 우주와는 완전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다”라며 새로운 변신을 예고했다.
배우 강두의 무기는 “지치지 않는 끈기”에 있었다. 그는 “배우로서 인정 받으려면 멀었지만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욱 더 열심히 배우의 길을 걸어가고 싶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절대 포기할 생각은 없다. 내가 행복한 이 일을 계속해 나가고 싶은 게 꿈이다. 인정받고 잘하는 그 날까지 할 생각이다. 아직 멀었지만 언젠가 그런 날이 올 때까지 하는 게 목표이다. 그 때까지 지치지 않겠다. ”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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