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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병역특례

유신체제가 들어서기 1년 전인 1971년 정근모 당시 과학기술처 장관이 박정희 대통령과 마주앉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전신인 한국과학원(KAIS) 출범과 관련해 우수 대학원생들을 끌어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정 장관이 내놓은 카드는 입학생에 대한 병역면제. 반공을 국시로 내건 박 대통령으로서는 쉽게 허락하기 힘든 조건이었지만 흔쾌히 받아들였다. KAIS가 국내 최고 과학기술 요람이 되는 기틀을 마련한 순간이었다.







군 복무는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민감한 문제다. 그만큼 면제받기 힘들다. 과거 군 면제의 기준은 생계였다. 부모가 고령이거나 부친이 사망한 독자, 정신질환·장애인 등이 대상이었다. ‘특혜’ 감투가 주어지기 시작한 것은 1973년부터다. 기술발전과 국위선양이 강조되면서 연구자와 산업기능요원은 물론 예술·체육인에게도 혜택이 돌아갔다. ‘클래식계의 아이돌’ 조성진은 국제콩쿠르 우승으로 군 공백 걱정 없이 연주할 수 있게 됐고 박찬호 역시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 덕분에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16년간 활동할 수 있었다.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돌주먹’으로 유명했던 권투선수 문성길은 19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프로로 전향할 경우 군 복무를 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군대에 가야 했다.

특혜가 주어지는 만큼 말도 많았다. 2002한일월드컵 당시 국가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자 이들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줘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이탈리아와의 8강전이 있기 바로 전날 특례 결정이 내려졌다. 2006월드베이스볼챔피언십(WBC) 때도 한국이 3위에 오르자 기준을 바꿔 이들에게 병역특례를 줬다. 결국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고 2년도 채 안 돼 이전 기준인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로 돌아갔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때는 야구대표팀 선수 24명 중 13명을 군 미필자로 꾸려 병역면제를 노린 꼼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우리 선수들의 병역특례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국방부와 병무청은 물론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 병역특례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을 약속하며 진화하는 모습이다. 아무쪼록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지킨 보통 사람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대안이 나오기를 바란다.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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