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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년의 진통, 드디어 정상화…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그릴 화합

/사진=양문숙 기자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사다난했던 4년여의 진통을 끝내고 화합과 화해를 통해 새롭게 도약한다.

4일 오후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 윤재호 감독, 배우 이나영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보이콧 사태 등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의 복귀로 정상화됐다. 4년간 계속된 진통을 끝내고 영화인과 관객 모두가 화합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이번 영화제의 목표다.

이용관 이사장은 “전양준 집행위원장과 함께 복귀한 지 7개월이 지났다. 부족한 시간이지만 나름대로 준비를 하느라 노력했는데 여러분들께 얼마나 만족감을 드릴지 걱정이 앞선다”며 “아직 독립된 이사회 체계에 적응을 하지는 못 했지만 이사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어떻게 다듬어서 집행위원회를 지원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영화제는 지난 4년의 어려움을 마감하고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하는 전환점”이라며 “국내외 영화인들, 많은 문화 예술인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고견을 들었다. 올해 영화제가 끝나면 자체 평가를 통해 다듬어서 연말쯤 중장기 계획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어떻게 터닝 포인트를 찾았는지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화합과 화해를 통해 영화 축제 본연의 분위기를 복원시키는 작업에 주안점을 뒀다”며 “부산국제영화제 사상 최초로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이 공백 상태인 상황이 4개월간 지속됐다. 준비과정과 스케줄이 예년보다 2~3개월 정도 뒤처졌다. 올해는 크게 욕심내지 않고 안정적으로 영화제를 유지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이전의 행사들과 비슷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가운데, 고전영화를 소개하는 ‘부산 클래식’ 섹션이 신설됐다. 이번 영화제에서 유일하게 새롭게 시도된 ‘부산 클래식’ 섹션에서는 영화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유럽, 아시아 영화 13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메이저 영화제에서 여러 해 전에 시작한 고전영화 상영전이 갈수록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부산영화제에서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60~70년대 유럽영화 황금기를 이끌었던 감독들의 대표작, 과거에는 조명받지 못한 숨겨진 아시아의 걸작들, 디지털작업을 통해 복원된 고전영화들. 세 가지 범주의 옛 영화들을 묶어 상영하게 됐다”고 전했다.

/사진=양문숙 기자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은 윤재호 감독의 ‘뷰티풀 데이즈’다. 이나영의 6년 만의 복귀작으로도 화제를 모은 ‘뷰티풀 데이즈’는 조선족 가족을 버리고 한국으로 도망간 엄마와, 그런 엄마를 미워하던 아들의 16년 만의 재회를 통해 분단국가의 혼란과 상처를 희망적 메시지로 표현한 작품이다.

엄마 역을 맡은 이나영은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어서 보자마자 출연을 결정했다”며 “평소에 하고 싶었던 형식과 캐릭터였다. 큰 사건을 겪었음에도 삶에 지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캐릭터다. 한국 배우로서 가장 기다리고 기대되는 영화제에서 ‘뷰티풀 데이즈’를 첫 번째로 보여드릴 수 있어서 영광”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윤재호 감독은 “‘뷰티풀 데이즈’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며 “개막작에 선정돼서 정말 영광이다. 저예산 예술영화지만 뜻이 있는 분들과 힘을 합쳐 열심히 만든 작품이다. 많이 보러 와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개막식 선정 이유에 대해 “‘뷰티풀 데이즈’의 메시지가 아시아와 한국의 새로운 재능을 발굴해 온 부산영화제의 방향성과 일맥상통했다”며 “두 번의 가족 해체를 통해 종국에는 가족관계가 복원되는 독특한 이야기 구조가 매력적이다. 시의적절하게 탈북민 소재를 다룬 점 또한 관심이 갔다”고 설명했다.

폐막작은 원화평 감독의 ‘엽문 외전’으로 엽문에게 패배한 뒤 영춘권을 잊고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던 장천지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암흑 조직 간의 싸움에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제23회 영화제가 성공적으로 잘 개최되고 마무리되는 시점에 참가해주신 모든 분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실 수 있도록 홍콩의 장르영화를 폐막작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총 79개국 323편의 초청작이 5개 극장 30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게스트로는 미국 블룸하우스 제작사 대표 제이슨 블룸 대표와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이탈리아 마르첼로 손테를 비롯해 각국의 많은 영화인들이 참석을 확정했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지금도 협의 중인 감독들이 여럿 있다”며 “한국 게스트는 가장 늦게 확정되는데 아마 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에 관여된 많은 영화 감독과 연기자, 스태프들이 부산에 올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용관 이사장은 “이번 영화제는 화합과 정상화, 새로운 도약으로의 원년”이라며 “더 노력해서 옛날 모습으로 돌아가겠다. 후배들에게 보람있는 유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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