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판사님께’ 온몸에 전율이 흐를 만큼 짜릿한 사이다가 터졌다.
SBS 수목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극본 천성일/연출 부성철, 박준우/제작 더 스토리웍스, IHQ)의 백미는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극화한 스토리다. 우리가 뉴스에서 봤던 여러 사건들이 때론 실제와 같이, 때론 실제와 다르게 그려지며 안방극장에 묵직한 돌직구를 던지는 것. 여기에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 전개가 더해지면, 시청자가 느낄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는 수직 상승하게 된다.
9월 6일 방송된 23~24회는 이 같은 ‘친애하는 판사님께’만의 백미가 강렬하게 빛난 회차였다. 물론 그 중심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폭풍사이다를 선사한 가짜 판사 한강호(윤시윤 분)가 있었다.
이날 한강호는 오랫동안 끌고 온 박해나(박지현 분)의 마약 사건 결심공판을 맞이했다. 사건은 이렇다. 연예인인 박해나가 재벌3세 이호성(윤나무 분)을 비롯해 병원장 아들, 국회의원 아들과 마약파티를 벌였다. 당시 마약에 취한 이호성이 웨이터를 폭행했다. 고위층 자제들은 마약은 박해나가 혼자 한 것으로, 폭행은 웨이터와 클럽사장 단둘이 벌인 것으로 사건을 은폐하고자 했다.
변호사 오상철(박병은 분)을 앞세운 이들은 박해나, 웨이터 지창수(하경 분)를 압박했다. 이들의 연관관계를 눈치채고 있던 한강호는 어떻게든 사건을 밝혀내려고 했다. 때문에 박해나, 지창수를 협박하기도 했을 정도. 그러나 돈, 힘으로 뒤엉킨 벽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이호성은 거꾸로 한강호에게 백지수표를 뿌리며 갑질과 협박을 이어갈 뿐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묶여 있던 사건이 23~24회에서 보기 좋게 뻥 뚫린 것이다. 결심공판을 앞둔 한강호는 박해나를 만났다. 그리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진솔하게 ‘정의’에 대한 진심을 전했다. 한강호는 박해나에게 해당 마약파티 사건을 덮기 위해 한 사람이 사형 판결을 받았고, 그로 인해 결국 죽음을 맞았다고 전했다. 그저 자신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던 박해나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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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한강호는 박해나에게 “해나 씨나 나나, 평생 그 죄 떠안고 갈 것”이라고 했다. 박해나는 그제야 얼마나 잘못되고 심각한 상황인지 깨달았다. 결국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박해나는 모든 사실을 폭로했다. 자신은 지금껏 앵무새처럼 거짓말만 반복해왔음을, 마약파티를 벌인 것은 자신 혼자가 아니라 고위층 자제들과 함께 한 것이며, 폭행사건 역시 이들과 연루됐음을.
지금까지 상황을 모두 뒤엎을만한 박해나의 진술이었다. 한강호는 송소은(이유영 분)에게 재판정에서 형사소송법을 발언하게 했다. 그리고 그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무원이라면 구두로 사건 고발을 할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이어 한강호는 판사 한수호 이름으로 박해나의 진술에서 거론된 고위층 자제들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고발한다고 소리쳤다.
온몸에 전율이 흐를 만큼 짜릿하고 통쾌한 역대급 사이다였다. 촘촘하게 쌓아온 스토리 속에서 시청자가 애타게 기다려온 사이다가 터진 것이다. 실제 있었던 특정 사건이 떠올라서, 드라마 속 판결이 짜릿해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전개였던 것이다. 여기에 윤시윤을 비롯한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열연이 더해지자 시청자에게 와 닿는 전율과 감동의 크기는 더욱 커졌다.
이토록 뜨거운 시청자들의 사랑 속에서 ‘친애하는 판사님께’가 걸어나갈 웰메이드 드라마의 길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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