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30주년을 맞은 연세대 총여학생회의 회장이 2학기 개강과 함께 물러났다. 현 총여학생회 지도부 퇴진과 총여학생회 기구 자체의 폐지를 요구하는 학내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8일 연세대 등에 따르면 제29대 총여학생회 ‘모음’은 회장 A씨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퇴했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최근 발표했다. A씨는 이미 올해 3월부터 학내 성 관련 사건에 연루돼 직무가 정지됐고 총여학생회로부터 사퇴 권고를 받은 상태였다.
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총여학생회 회장의 거취는 5월 말 페미니스트 강사 은하선 씨의 교내 강연을 기점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학생들은 은 씨가 십자가 모양의 자위 기구 사진을 개인 SNS에 게재한 점 등을 들어 기독교 학교인 연세대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비판의 목소리는 곧 해당 강연을 추진했던 총여학생회를 향해 터져 나왔다. 총여학생회를 대표하는 회장이 나와 직접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가 들끓었다.
조직과 관련한 논란이 생겨도 대표자가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기현상 속에 현 총여의 퇴진을 요구하는 학생들은 6월 모임을 꾸려 회장의 비활동 사유를 공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총여학생회가 ‘개인적 사안’이라며 밝히기 꺼렸던 A씨의 직무정지 사유는 지난 7월 본인이 직접 온라인에 입장 글을 올리면서 드러났다. A씨는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부인하면서 직무정지가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여 퇴진을 요구하는 학생들은 지난 6일 자체 커뮤니티에 현 총여 전원이 물러나야 한다면서 그 근거를 정리한 글을 올렸다.
이들은 그간 회장의 비활동 사유를 공개하지 않아 투명성 의무를 위배하고 월권한 점, 은 씨 강연 강행으로 ‘불통’ 논란을 일으킨 점, 올해 지방선거 기간에 녹색당 홍보를 돕는 것처럼 보여 정치적 중립을 저해한 점 등을 꼽았다.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총학생회 산하에 있던 여학생부가 독립해 1988년 출범했다. 2007년 총여학생회를 다시 총학생회 산하로 가져오는 개편안이 총투표에 부쳐졌다가 부결되는 등 난관을 뚫고 30년 역사를 이어왔다.
올해 은 씨 강연과 녹색당 지지 논란이 일자 6월에는 총여 폐지를 주장하는 학생들이 제기한 ‘총여학생회 재개편 요구의 안’을 놓고 학생 총투표가 열려 가결됐다. 재개편 방향에 대한 논의는 진행 중이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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